한국의 문화를 미국사회에 알리는 향연이 노스이스턴대학교에서 4월 5일 펼쳐졌다. 노스이스턴대학교가 미주 아시안 커뮤니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학교와 커뮤니티 간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개최한 아시안 어메리칸 해리티지 컨퍼런스에 엔젤스 합창단, 한국무용원, 코리안클래식앙상블 등이 참여해 음악을 통해 한국 문화를 자랑했다.

음악회는 한국무용원의 소고 소리로 시작됐다. 밝은 소고 소리와 경쾌한 움직임, 소고가 주는 시각적 효과와 한국 전통 의상의 아름다운 조화에 참석자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두드리고 치고 달리고 멈추는 동작 하나 하나에 청중들의 눈과 귀가 모아졌다. 그 다음은 한국무용원의 이애덕 단장이 선보인 태평무 독무였다. 한국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에 지정된 이 태평무는 섬세하고 우아하며 절도있는 동작을 특징으로 한다. 복잡한 가락을 다양한 발구름과 발짓에 담는 것이 태평무의 백미 중 백미로 꼽힌다. 이 단장은 태평무만이 지닌 정중동(靜中動)의 발짓을 궁중 전통 의상 속에 숨기기도 하고 보이기도 하며 춤을 이어갔다. 숨막히는 긴박감 속에 이 단장의 손짓, 발짓이 완전히 끝나자 청중들은 한참 뒤에야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이화여대에서 한국무용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부산아시안게임 개회식 안무를 맡는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이 단장은 시카고에서 아시안어메리칸페스티발, 패스포트투더월드 등의 행사에 출연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한바탕 춤사위 후에 본순서를 맡은 엔젤스합창단은 <만남>, <사랑이여>, <보리밭> 등 한국 가요와 가곡을 불렀다. 재미시카고한인간호사협회의 간호사들로 구성된 합창단인만큼 백의의 천사를 상징하듯 흰 옷을 입고 나온 단원들은 한국인의 귀에 익숙한 곡들로 무대를 이어갔다. 잠시 뒤 색색 한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무대에 섰을 때는 <울산 아가씨>, <고향의 봄> 등 민요와 동요를 불렀으며 <아직도 내겐 음악있네>, <참 좋으신 주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등 명성가곡도 연주했다. 미국 사회에 한국 문화를 알릴 뿐 아니라 창단 10주년 기념 연주회를 겸한 이 무대였기에 모든 단원들에게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이내 음악과 하나되는 완숙한 실력을 보여 주었다.

이 음악회는 노스이스턴대학교가 매년 개최하는 컨퍼런스에 엔젤스합창단이 초대돼 한국 음악을 선보이는 형식을 띠고 있었다. 엔젤스합창단은 시카고 출신의 연주자이면서 주류사회에서도 인정받는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빗 한 막스 씨, 피아니스트 조세핀 리 씨도 이번 연주회에 세웠다. 막스 씨는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하고 전세계적으로 연주회를 열고 있으며 조세핀 리 씨는 드폴대와 노스웨스턴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시카고어린이합창단의 지휘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 두 사람 모두 어머니가 한인 간호사 출신으로 엔젤스합창단이 속한 재미시카고한인간호사협회와 인연이 깊다.

이번 음악회의 또 다른 게스트는 대금, 거문고, 장구로 구성된 코리안클래식앙상블이었다. 이들은 천년만세 중 계면가락도드리, 양청도드리 등을 연주했고 한국 전통음악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가락과 곡조를 펼쳐 놓았다.

이번 음악회에는 4백명에 가까운 한인들이 참석해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곳곳에 학생 혹은 교수로 보이는 백인들도 자리했다. 이들은 전통 무용과 전통 악기 연주 등이 끝날 때마다 원더풀을 연발했다. 이번 음악회의 지휘를 맡은 신정철 목사는 “연주자와 청중이 하나되는 음악회가 된 것 같아 기쁘다”며 “다들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무대에 세웠고 청중들의 호응도 좋았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