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에 타고 다니는 차바퀴 하나에서 휠캡(Wheel Cap)이 어디론가 빠져버려 바퀴만 시커멓게 드러나게 되었는데 바퀴 하나의 휠캡이 빠졌는데도 차의 전체 모양이 마치 이가 빠져버린 듯한 거 같기도 하고.. 좀 그랬습니다. 아마 지나다니다가 그런 차를 봤거나 아니면 그런 경험을 하신 분들은 그 느낌을 아실 것입니다. 그런 일이 있는지 며칠 후, 마침 차의 다른 부분이 고장이 나서 정비소로 고치러 간 김에 혹시 다른 차에서 빠져서 버린 휠캡이 있으면 하나 얻을 요량으로 물어봤더니 휠캡은 빠지는 즉시 다시 끼우기 때문에 남는 것이 없고 새로 사야 하는데 회사 순정부품은 가격이 비싸니까 아무 자동차 부품점에 가서 비슷한 제품을 구입해서 끼워 넣으라는 자문(?)만 듣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런 상태로 며칠을 지냈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눈에 거슬리게 눈길을 뺏던 그 바퀴가 자꾸 봐서 그런지 그냥 다녀도 그리 눈에 띄지를 않게 되고, 또 실제로 차를 운전하고 다니는데 그다지 지장도 없고 하니 굳이 돈을 들여 부품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슬쩍 없어져 버렸습니다. 물론 그렇게 다니니까, 차를 보는 이들 중에는 ‘휠캡이 빠졌다’고 하거나 그래서 ‘차 모양이 영 아니라’고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제 생각에 ‘나만 괜찮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다녔고 사정을 물어보거나 눈길을 주는 이들에게는 그냥 웃는 것으로 답을 대신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차의 휠캡이 없다는 사실 조차 거의 잊어버리고 지냈는데, 지난 수요일(3/31) 아침 사무실에서 직원 아침 기도회를 마친 후 우집사님께서 제게 소포가 하나 왔다고 하면서 박스를 가지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뭘 내게 보냈을까?”하면서 소포 박스를 뜯어보니, 거기에는 정말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휠캡이 하나 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도요다 회사 순정부품 으로... “아니 이걸 누가?... 어떻게?...” 박스 속에 있는 휠캡을 한참이나 보면서 그렇게 놀라기만 했습니다.

물론 누군가 제 차에 휠캡이 없는 것을 보고 보냈을 거라는 생각까지는 드는데 그걸 누가 보냈는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박스 속에 동봉된 소포송장을 봐도 아무데도 발송인에 대한 정보는 이름은 고사하고 발송지 주소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송장에 Tracking Number가 있기에, UPS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추적을 해봤지만 부품을 발송한 발송지 우체국 이름과 발송 과정에서 거친 곳들의 이름만 명기되어 있지, 아무데도 누가 보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었습니다.

“누가 보냈을까?” 제게 그런 선물을 보낼 만큼 제게 관심을 가진 이가 누군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이 사람일까...’ 아니면 ‘이 사람일까...’ 이렇게 보낼만한 사람들을 떠올리는데 제 마음이 감사한 생각으로 가득 채워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물론 생각하지도 않은 선물을 받은데 대한 감사가 있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걸 사서 내게 보내 준 이의 따뜻한 사랑의 관심이 받은 선물보다 더 감사했습니다. 그와 함께 또 다른 감사가 제 마음을 채운 것은 제게 그런 사랑의 관심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제 생각이긴 하지만)이 드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걸 누가 보내주었든지 그 사람은 저를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저를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제 차의 휠캡이 없는 것을 보고 그걸 사서 보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걸 제게 보내 준 분은 십중팔구, 아니 100% 분명히 우리 교회에서 저와 함께 신앙생활 하는 이중에 한 사람일 텐데 그 사람이 누구일까“하는 생각 속에 여러 명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이름도 밝히지 않고 뜻밖의 선물을 보내 주신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그분 때문에 제게 사랑의 관심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 많은 이들을 떠올릴 수 있었음을 또한 감사드립니다. 물론 실제로 내게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가 누구냐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게 사랑과 관심을 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도 매우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어찌 보면 그게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자기에게 사랑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어도 나는 그런 이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것도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던 때, 기대하지도 않은 선물을 받으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게다가 그것을 보낸 이가 누군지 밝히지 않은 익명의 선물을 받는 것은 놀라운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나를 생각하는 이가 누구일까 생각하는데 그걸 보낸 이가 많이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커다란 기쁨입니다.

우리가 생각하지도, 기대하지도 못했던 십자가의 사랑을 우리에게 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거룩한 고난주간입니다. 이번 주간, 누군가에게 그가 생각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은 사랑을 보여 준다면 아마 그 사람도 자기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커다란 기쁨을 경험하고, 감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