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저는 부교역자님들 몇 분과 함께 뉴욕을 방문하였습니다. 뉴욕은 제가 결혼하여 인생의 첫 출발을 시작했던 곳이며,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처음으로 제대로 교회생활을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항상 우리는 '처음'에 대한 일종의 향수가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제게 뉴욕은 잊을 수 없는 곳입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뉴욕을 떠나 버지니아로 향하여 가던 4-5 시간 내내 차 안에서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때 남편은 아이를 품에 안고 계속하여 훌쩍이는 저를 못내 안타까이 바라보더니 그 후 결코 뉴욕을 데려가지 않다가, 뉴욕 떠난지 10년 후에야, 자기의 고향을 방문하고 싶다고 조르는 딸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잠깐 온 가족이 휴가 차 방문했었지요.

그러다 지난 주간, 저는 25년전 제가 다녔던 그 한인 교회를 방문하였고, 그 당시 제가 섬기던 목사님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놀랄 정도로 교회는 성장해 있었고. 크고 웅장한 건물이 건축되어졌으며, 다소 노쇠해지시긴 했지만, 여전히 특유의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 같은 모습으로 목사님은 저와 일행을 반가이 맞아주셨습니다. 목사님을 뵙는 순간, 나도 모르게 무엇인가 울컥 치밀어 올랐습니다. 저의 결혼 주례를 해주시고,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 같은 저와 남편의 신앙생활을 이끌어주시던 25년전의 시절이 주마등같이 지나갑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목사님께서 말문을 떼십니다. "몇 년만이지?, 어떻게 그동안 그렇게도 연락이 없었는가? " 목사님의 비전을 나누시며 주시는 여러 가지 책들을 감사히 받고 아쉬움 속에서 교회를 떠나, 이제 집회가 약속된 뉴저지의 교회를 향하여 떠났습니다.

그 교회는, 25년전 뉴욕 체류당시, 마침 우리가 살던 동네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가 G.W. Bridge 를 향하여 들어가고, 허드슨 강이 눈앞에 나타난 순간, 저는 또 다시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 만에 바라보는 허드슨 강인가? 교회에 도착하니 오 목사님과 교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식사장소로 가는 중, 9W, 팰리세이드 파크웨이 등 남편과 너무도 자주 다녔던 신혼 시절의 추억이 어려있는 길들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역시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그 정들었던 굽이굽이를 돌며, 뉴욕은 제 마음의 고향이었다는 생각이 아련히 들었습니다.

뉴욕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 목요일 저녁, 우리가 기도하던 이 경혜 자매님이 주님의 품에 안기었습니다. 인간적으로 슬픈 마음 표현할 길 없지만 영원한 고향을 향하여 먼 길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그지없이 밝고 평온하기만 했습니다. 천사의 모습처럼 아름답게 눈을 감은 그녀의 모습은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고향에서 자신을 반겨줄 주님 만날 기대로 부풀어 있는 듯 보였습니다. 주님은 사랑하는 딸을 안아주시며 아마도 이렇게 말씀하실 것만 같습니다. " 사랑하는 딸아, 얼마 만에 돌아왔는가? 이제는 눈물과 고통을 그치고 내 품에서 영원히 쉬거라." 정녕 우리에게 죽음은 이 땅을 떠나 우리의 본향으로 돌아가, 수고와 슬픔을 그치고, 완전한 육체를 받게 될 날까지 주님 품에서 잠시 쉬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요.

이 땅에서, 우리 육신의 고향을 잠시 방문한 것도 감동적이었는데, 언젠가 영원한 본향에 이를 때, 우리의 영혼은 얼마나 기뻐하며 감격할까요? 우리 모두는 나그네로 이 땅에 잠시 머물며, 주님의 뜻 이루는 순례자의 삶을 사다가 주께서 오라 하시는 날, 다시 길 떠날 차비를 하고, 천사들의 안내 속에 영원한 본향, 우리 주님의 품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 경혜 자매님은 우리보다 앞서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영혼의 본향으로 돌아간 것 뿐입니다. 이제 그녀는 주님의 품에서 위로받으며, 이 땅에서 분투하는 주의 백성들을 열심히 응원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녀의 죽음은 이 땅에서 많은 치유와 구원의 열매를 맺게 하는 귀한 밀알로 쓰임받게 될 것입니다.

"성도의 죽는 것을 여호와께서 귀중히 보시는도다." (시 11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