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아메리카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싼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San Carlos de Bariloche)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남서쪽 1,700Km 아래에 위치한 남미의 알프스로 불려진다. 바릴로체까지는 소형 제트기로 2시간 30분, 침대 버스로는 24시간 족히 걸리는 먼 곳이다. 칠리 고추처럼 길게 형성된 칠레와는 안데스 산맥과, 만년설이 녹아 호수가된 나우엘 우아삐(Nahuel Huapi)로 경계를 이룬다. 지구촌에 마지막 남아있는 파타고니아 청정지역에 위치한 바릴로체는 리오 네그로주에 속해있고, 동토의 땅 남극이 과히 멀지않다.

‘바릴로체’란 그곳에 살던 아라우카 인디오 언어로 ‘산 뒤로부터 온 사람들’ 이란 뜻이다. 바릴로체를 처음 발견한 스페인 사람은 제수이트 선교회 디에고 데 로살레스(Diego de Rosales) 신부다. 1650년 태평양을 횡단하여 칠레에 도착했고, 뿌에르또 몬트를 통해 안데스를 넘어 그림같은 바릴로체에 닿았다. 이후 독일계, 오스트리아계, 슬로바키아계, 스위스 계통의 유럽사람들이 몰려왔고, 1955년엔 독일 나찌의 SS 창설자가 전범 재판을 피해 몰래 숨어들어 말년을 보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센뜨로 시비꼬에서 바라다 보이는 호수가 7,050 km2 넓이의 나우엘 우아삐다. 그 호수안에 측백나무 가득한 빅토리아 섬이 얌전하게 놓였다. 호수 주변을 에워싸고있는 안데스 산자락과 파타고니아 산야를 생크림같이 덮었던 눈들이 녹아 모여진 호수는 깊고 파랗다. 일급수에서만 사는 무지개 송어들이 호수 구석구석을 헤엄치며 씨알이 굵어져간다.

나우엘 우아삐 주변에 앙증맞은 작은 호수들도 있다. 구띠에레스, 모레노, 마스까르디 호수가 있어 단조롭지 않은 아기자기한 멋도 갖췄다. 꽃샘 추위가 가실때부터 루피나스 꽃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하고, 한여름엔 연보라색 라벤더가 침묵같은 향기를 발하며 수줍게 고개숙인다. 스위스식 로지, 거대한 메토세코이아, 사이프러스가 빼곡한 아름다운 숲속 사잇길엔 평화로이 풀을 뜯는 흰 얼룩 액시스들, 빨간 사슴들이 떼를지어 한적한 호숫가를 산책하듯 노닌다.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뜨로나도르 산, 쎄로 까떼드랄, 쎄로 로뻬스 산들은 해발 3,000 m 고산들로, 고개를 젖혀야 도도한 만년설을 보여준다. 북반부에 한참 여름일때, 바릴로체는 스키시즌이다. 전 남미 대륙에서, 유럽에서 스키 매니어들이 찾아와 자연을 미끄럼타는 유명한 명소이다. 카지노, 승마, 연어낚시, 송어낚시, 요트, 위락시설이 잘 갖춰있어 내추럴 여행지를 찾는 호사가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곳이다.

바릴로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는 나우엘 우아삐 주변에 산채처럼 지어진 야오 야오(Llao Llao) 호텔이다. 완만한 구릉에 자연과 동화되도록 지어진 호텔은 필경 동화책에 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같다. 야오 야오의 뒷 배경은 설산이다. 파란하늘, 하얀 뭉게구름, 시퍼런 호수, 카펫같은 초록 잔디, 눈이시리도록 푸른 사이프러스 숲을 이룬 야오 야오는 아련한 빠라이소(paraiso, 천국) 같다.

바릴로체의 중심거리 미뜰레는 쇼핑타운이다. 빼어난 미모의 광대들이 하향게 분장하고 관광객을 즐겁게하는 쇼와 낭만이 있는 곳이다. 알싸한 추위에 몸을 움추린 여행객들을 달콤하게 녹여주는 핫 쵸콜릿은 진하고 고소하다. 안데스 약초를 곱게 쪄서 맑은 물에 담아 봄비또로 빨아 마시는 마떼차의 중독적인 맛이있는 바릴로체엔 여인의 향기같은 이국의 멋이 담긴다.

/굿스푼선교회 대표 김재억 목사
(도시빈민선교 참여, 생필품, 중고차량 기증: 703-622-2559 / 256-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