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신학함의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 토착화 신학에 대한 보수신학계의 거센 반발이나 서구 일변도의 신학적 흐름 대한 강한 저항 외에 또 다른 제3의 길이 가능할까? 한국기독교연구소(CSKC, The Center for the Study of Korean Christianity)의 제18차 월례포럼에 발제자로 선 류기종 박사는 “한국신학 소고”라는 강의에서 한국신학이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해 “대화”를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류 박사는 현재 평화영성신학연구원 원장이며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미주감리교신학대학교 총장이다. 그는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석사를 마친 후 미국 드루신학교에서 종교철학 및 조직신학으로 Ph.D. 학위를 취득했다. 목원대, 협성대 등 감리교 계통 신학교에서 교수를 맡아 조직신학, 영성신학, 동양사상 등에 관해 강의한 바 있다. 류 박사는 자신이 수십년간 연구해 온 기독교 신비주의, 영성신학, 한 사상, 과정신학, 대화신학 등을 총망라해 18일 포럼에 나왔다.

류 박사는 “한국 신학자에 의해 해석된 기독교 복음을 한국신학이라 할 수 있지만 이것은 한국인뿐 아니라 전 인류, 세계인을 위한 보편적 신학이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그는 한류(韓流)가 전세계에 확산됐듯, 한국적 상황에서 출발하는 한신학(韓神學)도 전세계에 보편적으로 호소력있는 신학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사람 대부분이 미국에서 서구신학을 배우고 있는 한인 유학생이란 점을 의식해서인지 류 박사는 “우리는 국가와 종교,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 지는 지구촌 시대를 살고 있는데 기독교 역시 서구 중심의 신학으로는 큰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독교는 전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는 종교인데 복음이 로마로 전파되고 서구 중심적이 되면서 배타적, 독선적 성향의 종교가 됐고 오히려 인류 평화에 역기능을 한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고 말했다. 류 박사는 산상수훈의 “화평케 하는 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성경 말씀에 근거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평화를 주셨듯, 우리도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다 주는 하나님의 아들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음의 궁극적 목적을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신학의 미래를 위해 첫째로 대화신학의 도입을 꼽았다. 대화신학은 기독교와 타종교의 적극적 대화를 추구하는 신학이다. 류 박사는 “인류 평화를 위한 최상의 길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기독교 신학의 방향은 개종이 아닌 대화가 되어야 하며 이 원리를 받아들일 때 기독교는 새롭게 변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신학자들이 윤성범, 유동식 박사처럼 유교, 불교 등 타종교와의 관계성을 탐구하며 한국적 문화 속에서 타종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추구할 때, 그 한국신학은 세계 신학계에 대화신학의 새로운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류 박사는 화이트 헤드의 과정철학에서 나온 과정신학을 한국신학에 도입해 서구철학과 동양철학을 통합하며 우주적 시대의 인류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복음의 해석 방법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또 한민족 고유의 사상인 한을 신학적으로 정립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기독교 신비주의의 재발견을 한국신학의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기도와 묵상을 통해 하나님과 합일을 이루는 기독교 신비주의는 기독교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유대교에서도 ‘카발라’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불교 등 타종교가 가진 신인합일사상과도 일맥상통할 수 있는 주제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서구적 복음은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했지만 이제 그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류 박사는 “한국신학이 이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강의를 마쳤다.

한편, 이번 포럼을 주최한 CSKC는 류 박사의 강의를 유투브에 게시했다. 이곳을 클릭하면 강의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