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월요일 오후, 저희 부부는 보스턴을 떠나 휴스턴에 도착했습니다. 약 3시간 정도를 기다려 메리다행 비행기를 탈 참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면서 휴스턴 지역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볼티모어 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제대로 도착했으면 다른 선교단원들과 함께 메리다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는데, 그 비행기가 휴스턴 상공을 선회하다가 코퍼스크리스티 공항으로 갔습니다.

메리다행 비행기는 두 시간이 넘게 지체되다가 결국 탑승을 시작했습니다. 선교단원들이 탄 비행기는 코퍼스크리스티 공항을 떠나 휴스턴으로 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탑승을 하면서 직원에게 "볼티모어에서 오는 비행기가 어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그 비행기에 탄 사람들은 이 비행기를 타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탑승을 완료하고 출발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시작될 즈음, 제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노인이 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으켰습니다. 정신을 잃고 컥컥 하더니 조금 있다가 호흡을 멈추는 겁니다. 저는 황급히 "의사가 없습니까?" 라고 소리를 쳤는데, 다행히 간호사 한 사람이 뛰어 왔고 승무원들이 응급조치를 위한 장비를 가져왔습니다. 그들은 그 노인을 통로에 누이고 전기 충격기를 그 사람의 몸에 붙였습니다. 전기 충격을 세 번 주고 나니 푸르르 하면서 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승무원은 그 사람의 입에 산소 호흡기를 대 주고 구조대원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저는 마음으로 기도할 따름이었습니다. 그같은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훈련이 제게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다행히 간호사와 승무원들의 영웅적인 노력으로 구조대원이 올 때까지 그 노인은 생명을 이어갔고, 마침내 앰뷸런스에 실려 갔습니다. 그때 특별히 민첩하고 용감하게 상황에 대처했던 여성 승무원과 간호사에게 찾아가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 노인이 저와 상관 없는 사람이기는 했지만 어쩐지 그래야할 것 같았습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그 노인은 생명을 잃었을 것입니다. 삶과 죽음이 백짓장 하나 차이라는 말이 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노인이 실려 나간 후 응급 장비를 교체하고 서류 작성을 하느라고 비행기는 한 시간 이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동안에 연착된 비행기에서 내린 손님들이 안도의 숨을 쉬면서 들어왔습니다. 저는 목을 빼고 우리 일행을 기다렸지만 들어오는 얼굴들은 계속 저를 실망시켰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단원 중 한 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디냐고 여쭈었더니 지금 입구로 들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이윽고 반가운 얼굴들이 비행기 안으로 들어왔고, 그들이 들어서자 비행기는 문을 닫고 출발했습니다.

누군가가 소설을 이렇게 썼다면 읽는 사람들이 말했을 것입니다. "이거 너무 지나치네. 이 이야기에는 현실성이 없어!" 때로 현실은 소설보다 더 놀랍고 전설보다 더 신비롭습니다. (2010년 2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