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폐광촌 목회 14년, 이민교회 2년, 목수로 3년… 평범하지 않은 목회 이력의 소유자, 송인각 목사를 만났다. 손가락 마디마디 붙여진 밴드와 톱질하다 베인 자국이 선명한 엄지와 검지 손가락이 무언의 첫인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예수님의 손도 그러했으리라 짐작하게 했다.

한국 침신대를 졸업하고 태백산 골짜기 폐광촌에서 14년 목회를 했던 그는 5년 전 애틀랜타로 이민왔다. 현재는 목수 일을 하고 있지만 사역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애틀랜타에서 2년간 사역을 했고 지금은 쉬고 있는 중이다. 최근 그는 시온연합감리교회(담임 송희섭 목사)에서 고(古) 성경과 성구를 전시해 놓은 기독교 박물관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사역에 대한 마음은 늘 있어요. 그런데 억지로 환경이 열리게 만드는 것 보다 자연스럽게 이끄시는 하나님 손길을 기도하면서 기다린다면 맞는 표현이겠죠.”

이민자 설움, 누구보다 이해하게 하신 5년

5년 전 이민 와서 모진 설움과 이민생활의 쓰라림도 체험했다는 그.

“이민 온 지 4개월 만에 쫓겨나는 신세가 됐었어요. 한 달에 3500불은 보장해준다고 하셔서 지인을 믿고 가족들과 함께 왔는데, 처음에는 렌트비, 자동차세 제하고 1000불 정도를 생활비로 주다가 나중엔 500불로 줄였죠. 이대로는 머슴살이 밖엔 못하겠다 싶어 나간다고 했는데, 그날로 쫓겨나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했어요.”

여기에 더해 사고로 폐차된 차만 벌써 4대, 목수일을 하다가 톱으로 손가락 살집이 잘려 나가기도 두어 번, 인도에서 온 선교사님을 데려다 주다가 차사고가 나서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이쯤 되면 아무리 거룩한 목회자라도 하나님을 원망해 봤을 법도 한데, 그래 본 적은 한번도 없다는 송 목사는 “가나 혼인잔치의 신앙”이 비결이다.

“예수님과 함께 사는 것은 가나 혼인 잔치집 같아요. 늘 기쁨과 즐거움이 넘쳐야죠. 그런데 많은 경우, 의식이나 겉치레에 갇혀 진짜 예수님을 보지 못할 때가 많아요. 하나님을 믿으면 다 잘될 것이다 라는 것도 한국 전통 기복신앙에 근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복신앙에 갇혀 진짜 복음을 놓치는 것이죠.”

율법 벗어난 자유가 넘치는 복음 신앙으로의 전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지금까지 헤쳐나올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그는 율법이 지배하는 구약신앙에서 자유가 넘치는 신약신앙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믿는 이들을 권면했다.

“기독교인들은 율법에 묶여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그는 “죄를 지으면 벌을 받고, 율법을 지키면 잘된다라는 율법적 사고방식에 매여있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의 신앙은 구약이 아니라 신약이 되어야 한다. 이는 이로, 눈은 눈으로 라는 율법에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복음으로 우리의 시각이 변화돼야 가나 혼인잔치의 기쁨을 늘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믿는 자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신앙의 오류를 지적한 그는 숨가쁘게 이어갔다.

▲송인각 목사가 직접 제작한 시온연합감리교회의 기독교 에바다박물관 모습.
“가나 혼인잔치 기적을 아시죠? 예수님 시대 때 잔치집은 1년 전에 초청장을 보내고 또 한번 보냅니다. 다시 말하면 잔치에 누가 올지, 그리고 몇 명이 올지 알고 있습니다. 잔치는 중산층은 7일 정도, 부자의 경우에는 14일까지 이어졌어요. 그런데 3일 만에 포도주가 떨어졌으니 ‘손님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폭동이 일어나거나, 심하면 법정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이죠. 잔치를 베푼 사람에겐 위기입니다. 그런데 주인이 잘한 일 한가지는 예수님을 초대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계획을 세우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상황이 늘 올 수 있어요. 예수님께서 계시기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원래 청소년 사역이 비전이고 꿈이었다는 송 목사는 청소년들을 좋아해서 어딜 가도 청소년들만 눈에 보였단다. 그런데 어느 날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하시고자 하는 뜻을 헤아리는 것보다 자신의 계획이 앞서있음을 보고 욕심을 내려놓게 됐다. 그러자 생명을 끊으려 하던 자매도 도울 수 있었고,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할 일을 보게 됐다고 한다. 성공의 여부보다 하나님이 함께하심에 감사하는 신앙, 앞서가기 보다 주님 뒤로 따라가는 신앙을 갈망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탄탄대로를 약속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음침한 골짜기를 지난다고 하셨죠. 다만 함께 하신다고 약속하셨어요. 많은 사람들이 세상적 성공을 통해서만 하나님을 드러내고, 간증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이렇게요.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을 안 쓰셨다고 말할 수 없어요. 설사 본인에게 유익이 없을지라도 그를 통해 일하셨습니다. 일이 모두 끝났을 때야 비로소 '아 그래서 이렇게 하셨구나'하고 말할 수 있어요. 과정 가운데는 알 수 없죠.”

의식을 걷어내니 평안과 기쁨만

송 목사는 한국인의 전통적 사고방식이 신앙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했다. 현재 <한국인의 사고방식과 신앙관>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족보, 학연, 지연’을 중시하고 ‘서열’을 강조하는 문화가 성공과 신앙을 연관짓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그리스도의 몸으로 천하고 귀한 것이 없이 각자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 성경을 근거로 한 사실인데, 간혹 성공주의에 기댄 신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의식에 갇혀있는 신앙생활로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한국의 경우 서열이나 직분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순수 복음의 메세지가 흐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부모가 자식을 낳아놓고 '이 놈 어떻게든 앵벌이 시켜서 이익을 남겨야 겠다'고 하는 이가 없듯이, 하나님도 자녀들에게 행복하고 평안하길 바라십니다. 재벌 아들도 떵떵 거리고 사는 데 모든 것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아들이면 늘 믿음 안에서 자신감이 넘쳐야 하지 않을까요?”

목회자의 길을 걷다가 일을 하는 사람이라 혹시나 색안경 끼고 보는 이들이 있을까 인터뷰를 몇 번이고 고사하던 모습과 달리 삶의 현장에서 평신도들의 고충을 헤아리는 법을 배워가며 새로운 목회철학을 정립하고 있는 송인각 목사를 보며,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목자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송인각 목사는 현재 가나의 혼인집(cana.kimc.net)이라는 웹싸이트를 운영하며 한국인의 의식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신앙관과 어떤 상황에서도 평안함과 믿음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한 글을 통해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