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대원이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존 목사가 운영하는 고아원 샬롬 하우스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현지 어린이
(사진 제공: 조항석 목사)

2010년 2월 아이티

오늘(화, 16일) 새벽 4시 도미니카 바니를 떠나 아이티 포토프랭스의 비전센터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 30분이었습니다. 떠나기 전 <바니 사랑의 교회> 사모님께서 준비해주신 누룽지를 든든히 먹고, 졸며 깨며 하기를 6시간 30분(도미니카와 아이티는 1시간 차이가 납니다.)만에, 중간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라면에 라면죽(라면 끓이다 채 조리가 안 된 햇반 부어서 만든 죽)까지 잘 먹고 고아원 방문 준비를 했습니다. 가져온 짐들(이민가방 10개)을 정리하고 개인 짐 정리하고 11시경에 여자아이들이 있는 에 들렸습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담장이 무너져 연결이 돼버린 옆 공터에 텐트들이 쳐져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우리가 보내준 텐트 4개가 제일 좋았습니다. 더 감동이었던 것은, 그 텐트가 성인 8인용이어서 아이들이 십여 명 잘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텐트 안을 들여다보니 각 텐트마다 침대 매트리스를 내어다 깔아서 성인 8인용에 아이들 4명을 재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소망에 찬 노래를 했습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버스의 운전기사분이 본직이 도미니카에서 목사님이시랍니다. 그 분이 아이티 말로 노래를 하며 아이들과 부흥회를 했습니다. 구호품 전달하고 랄리 팝 나눠주고.... 그리고 아픔 가운데서도 기쁨 넘치게 돌아왔습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내일 가기로 했었던, 페인트칠을 해주기로 한 존 목사님 고아원 (Shalom House)을 먼저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비전센터에서 구호품을 잔뜩 싣고 먼저 미군 주둔지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미군 군목으로 있는 함 목사님을 만나 몇 가지 상황을 듣고 고아원으로 떠났습니다.

막히는 길을 곡예 하듯 운전하며 도착한 고아원에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사모님이 “할렐루야”를 외치며 반가워 하셨습니다. 하지만 전에도 그랬듯이 비 오듯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열병을 앓는 아이들도 셋이나 있었습니다. 페인트와 핫도그, 옥수수 가루, 과자, 식용유, 빵, 소시지, 약품 등을 다 내려놓고 고아원 건물 안을 둘러보며 페인트 작업할 내용을 살펴보는데 나갔던 잔 목사님이 오셨습니다. 반가이 인사를 하며 내일부터 페인트칠을 하겠다고 통역관을 통해 이야기를 했는데....... 월요일날 이사 나간답니다. 주인이 비워달라고 해서........ 얼마나 황당하고 얼마나 슬프던지...... 그 아이들 어디서 자라고....... 그 아이들 어떻게 하라고...... 당장 가져간 텐트 4개를 가져다 드리기로 했는데 어느 땅에다 텐트를 쳐야 하는지 다시 무너지듯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픈 아이들부터 기도해 주고, 함께 모여 찬양했습니다. 울며불며 찬양하고 합심해서 기도했습니다. 이 고아원만 오면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릅니다. 무슨 사연이 그렇게 많은지 모릅니다. 눈이 빨개진 잔 목사님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들으며 괜히 허공을 걷는 듯했습니다. 아쉬운 작별을 하며 얼마나 서글펐는지, 하나님을 향한 소망을 이야기하며, 우리의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이야기하며 얼마나 서글펐는지 모릅니다.

일정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원래 하루 반은 페인트 작업에 할당을 했는데 하루하고 반나절이 날아갔습니다. 쏟아 부어도 한정이 없고, 그렇다고 손 들 수도 없고, 참 어렵습니다.

가눌 길 없는 슬픔을 누르고 돌아오다 빌 선교사 고아원에 들렸습니다. 남자 아이들만 스무 명 정도 있는 고아원입니다. 아는 얼굴들이 반갑게 나왔습니다. 빌 선교사는 미국에 들어가 있답니다. 아이들 중 제일 큰 녀석이 디렉터 역할을 합니다. 이 아이들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믿고 기도하는 것은 이 아이들 중에 아이티를 책임질 지도자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저녁에 비전센터에 돌아와 앤디가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가 존 목사님 고아원 지어주면 안되겠냐...”고.... 일 년 동안 모금해서 고아원 지어주잡니다. 제가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이야기 했습니다. “그럼 네가 해봐.”, 얼마쯤 드냐고 묻기에 아무리 안 들어도 삼만 불은 넘는다고 했더니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도미니카로 돌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 내일은 지진 현장과 마더 데레사 아동병원을 둘러봅니다.

하나님 앞에서 더 낮아지기 원합니다.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그분과 얼마나 친밀하게 동행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아원 방문해서 구호품 전달하고 복음 전하고 기도했다고 해서 다 한 것이 아닙니다.

늘 가슴 아프지만, 특별히 가슴이 아팠던 날이었습니다. 우리의 무기력 때문에, 우리의 부족함 때문에....... 대신 하나님께 더 간절히 매달린 날입니다. 더 많이 기도해주십시오.

사랑합니다.

아이티에서 조항석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