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기대(총장 김진경) 관계자들이 2010년 4월 1일 개교를 앞두고 최근 미주 각 지역을 돌며 후원자들을 모으고 있다. 워싱턴 지역에는 지난 2월 4일 방문해 지역 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김진경 총장은 “평양과기대는 북측의 젊은이에게 첨단 학문을 익히는 배움의 장이 될 뿐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섬기는 인격 형성의 터요, 서로 사랑을 주고 받으며 삶을 나누는 아름다운 사랑의 공동체가 될 것”이라면서 “특별히 평양과기대 부지 내에 지식복합단지(R&D Center)를 세워 외국기업과 북측의 브레인들이 협력하여, 국제 시장을 향한 터전을 마련함으로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발언들이지만 경제든 선교든 북한처럼 폐쇄적인 나라를 대할 때는 항상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평양과기대 건립재정보고
먼저는 재정의 투명성이다. 이번에 평양과기대 관계자들이 참석자들에게 배부한 '연변, 평양과기대 사람들' 제61호 2009년 가을호 15페이지에는 지난 8년간의 재정을 간단하게나마 실어 놓았다. 이 '평양과기대 건립재정보고'에 의하면 평양과기대는 현재까지 270억원의 후원을 받아 약 320억원 규모(미지급금 49억원)로 건립됐다.

1년 예산이 1억도 되지 않는 미주한인 선교단체들과 교계 기관들의 성실한 재정보고서를 분기별로 봐왔기 때문인지 기자의 눈에는 영 성의가 없어 보였지만, 그동안 시원스레 재정을 공개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많은 발전인 것 같다. 투명하지 않는 재정보고는 후원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닐뿐더러, 자칫 커다란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사항까지 상세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할 만큼의 재정 투명성은 반드시 제고돼야 한다.

김 총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강도만난 이를 도와준 선한 사마리아인, 병자들을 아무 조건없이 고쳐주었던 예수님을 예로 들며 “북한을 아무조건 없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한인 목회자들이 너무 조건을 따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강도와 강도당한 자를 구별하는 지혜는 필요한 것 같다.

또한, 왜 오늘날 수많은 크리스천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나를 생각해 봐야 한다. 예수님은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크리스천들이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삶의 모습에 있어서도 세상사람들보다 더 정직(integrity)하고 더 투명한 모습으로 살 것을 권면하는 말씀일 것이다.

그렇기에 공산권을 대할 때는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먼저 선교에 대한 가능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확립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렇게 구체적인 방안이 확립됐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공산권 국가의 특수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맞게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재정의 투명성 외에도 평양과기대는 개교 이전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북한과 관련된 문제는 어떤 사소한 일이라도 우리의 평화와 안전, 나아가 복음 전파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평양과기대측은 설립 자금 대부분을 기독교계 모금에 의존했으며, 그 명분으로 북한선교를 내세웠다. 연변과기대와 같은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장밋빛 환상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같은 공산권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개방을 추진하는 중국과 여전히 폐쇄정책을 고집하는 북한은 전혀 경우가 다르다. 북한이라는 특수상황은 아무리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또 차제에 19주년을 맞는 연변과기대 또한 성공신화라고 말할 수 있는지 냉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이라는 나라에 과학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합당하다면 어느 정도까지가 적절한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남북한은 분명 같은 민족이지만, 엄연히 전쟁을 잠시 중단한 상태에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며, 최근까지도 북한은 핵실험과 개성공단 사태, 서해안 도발 등으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국가임을 확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헛된 낭만주의 때문에 남쪽의 우리 가족들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총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평양과기대에 들어갈 책걸상 등이 인천항구에 4개월 이상 묶여 있다”고 하소연하면서 “미주한인 1세들에게는 희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정부에 대한 서운함과 더불어 미주한인 1세들에게도 섭섭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냉담한 반응에는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다. 한국정부와 미주한인 1세 목회자들의 변화만을 외치기보다는 그들도 신뢰할 수 있을 정도로 평양과기대 스스로가 새롭게 거듭날 때 그 사역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