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 지진이 일어나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구호 헌금을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 날, 새벽에 기도를 하면서 아이티 생각을 했습니다. 그 때 문득 제 마음을 치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이렇게 물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지진 피해로 인해 희생 당한 많은 영혼들 그리고 공포에 질려 있는 생존자들로 인해 내 마음이 심히 아프다. 너는 얼마나 아프냐?" 이 질문을 생각하면서 저는 많이 회개했습니다. 구호 헌금을 드리기로 계획하고 있는 제 마음에 하나님의 아픔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고 현장을 보도하는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인지상정으로 느끼는 아픔 정도야 제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아픔은 그것보다 더 커야 하고 더 깊어야 한다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 이후로 기도할 때마다 구합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아픔을 제게 주소서."

마음과 물질은 함께 가야만 합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선물을 받아 본 일이 있습니까?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마음이 담겨 있지 않다고 느껴지면 보기도 싫은 법입니다. 반면, 아무리 값싼 물건이라도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으면 그 값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로 다가옵니다. 하나님께 바치는 것도 그렇고, 이웃에게 건네는 도움도 그렇습니다. 마음이 담겨져야만 그것이 가치를 가집니다. 우리의 마음이 담긴 물질은 하나님의 손에 들려 오병이어처럼 사용됩니다. 사랑만이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자비’ 혹은 ‘긍휼’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컴패션’(compassion)은 라틴어 ‘꼬’(co: ‘함께’)와 ‘빠띠’(pati: ‘아파하다’)가 합해져 만들어졌습니다. 어려움을 당한 사람과 함께 아파하는 것이 자비 혹은 긍휼의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같은 뜻을 가진 헬라어 단어는 ‘내장이 뒤틀리다’라는 뜻에서 왔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고 애간장이 타는 감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자비’라는 글자에는 ‘슬픔’이 들어 있고, ‘긍휼’이라는 글자에도 ‘마음이 피를 흘리는 것 같은 아픔’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은 마음에 아픔을 느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에 대해, 동양이든 서양이든 이의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마음으로 아파하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됩니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만큼 손도 움직여야 하고 지갑도 열려야 합니다. 마음 없는 물질은 값없고, 물질 없는 마음은 의심스럽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넉넉히’ 물질로 마음의 아픔을 담아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가 드리는 구호 헌금이 진실로 값있게 쓰여질 것입니다. 이번 토요일에 출발하는 멕시코 단기선교팀도 역시 마음에 하나님의 아픔을 품고 가야 합니다. 오늘 임명받으시는 집사님들, 취임하시는 권사님들과 장로님, 그리고 모든 임원들도 이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마음을 구하십시다.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헌신하십시다. 우리 모두의 삶에서 마음과 물질이 결별하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다. 그래야 우리의 믿음이 온전해질 것입니다. (2010년 1월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