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에 있는 자녀들이 겪는 “이유 없는 반항”에 관해서는 많은 부모들이 관심을 기울이지만 정작 현재 자신이 겪고 있는 “중년의 위기”는 도덕적인 문제로만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한인이민교회 역시도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중년을 위한 프로그램, 그 위기 문제와 관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찾기 어렵다.

고려대 한성열 교수는 중년의 위기가 오는 이유와 과정, 해결 방법을 발달심리적 관점에서 차근차근 설명해 갔다. 한 교수는 2월 5일부터 7일까지 시카고한인교회에서 열린 “행복한 삶을 위한 심리학”이란 집회에서 둘째날 “중년의 심리와 위기 극복”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한 교수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에서 같은 전공으로 M.A. 학위를 받은 후 유학 와 시카고대학교에서 M.A., Ph.D.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교수인 그는 현재 한국 서울시온감리교회 권사이며 1년에 40여개 교회와 기독교 단체에서 기독교 상담심리세미나를 열며 기독교적 상담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기독교교도소 전문위원, 생명의전화 교육위원, 한국사회문제심리학회 회장, 한국치유상담협회 부회장,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사로 재임 중이며 사회및성격심리학회 회장,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 성공적인 삶의 심리학,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카운슬링의 이론과 실제 등의 저서를 집필, 번역했다.

인생은 무엇일까? 태어나고 성장하다 성장이 멈추면 이젠 퇴보하다가 결국 죽는 것인가? 물론 우리의 육체가 가진 사이클은 유아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를 지나며 이런 과정을 겪는다. 쉽게 말하면 ‘늙는다’는 것이다. 우린 모두 늙음을 거부하지만 늙음과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늙음의 현상을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때가 바로 중년이다. 급속도로 약해지는 체력으로 인해 중년은 자신의 늙음을 인식하게 되고 이것은 곧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살았나”와 “나도 죽게 되는가”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한 교수는 “청소년기의 갈등은 미래를 향한 두려움이라면 중년의 갈등은 현재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라 정의했다. 늙음에 대한 반발은 “나는 아직 젊다”는 부인(denial)으로 나타나고 자신의 젊음을 확인하기 위해 젊은 이성과의 외도, 자신에 대한 과대한 포장 등이 발생한다. 이런 늙음은 인생에 있어서 “다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과 동일하게 인식된다. 한 교수는 “육사에 진학하는 모든 학생이 장군을 꿈꾸지만 실제로 한 기수마다 장군이 되는 확률은 8% 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직장인이 사장이나 임원을 꿈꾸며 평생을 직장에 바치지만 얼마나 그 꿈을 이루겠는가”라면서 “청년기에는 자녀를 키우고 그 꿈을 향해 달리기 때문에 심리적 동요가 적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자신의 늙음을 직면하며 내가 과연 그 꿈을 이루었는가, 그게 가능한가란 현실적 질문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평생을 투자한 꿈이 좌절되는 순간, 그리고 이젠 늙었기 때문에 두번째 기회가 혹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더 늦지 않았을 때 두번째 기회를 찾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이것은 이직, 이민, 심할 경우, 이혼 등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한성열 교수가 위기의 중년을 기회의 중년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설명 중이다.
한 교수는 건강한 중년을 위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중년의 위기를 두번째 삶을 시작하는 기회로 보라”고 조언했다. 그 방법은 무엇인가? 인류 역사 이래 모든 사람이 겪어 온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우리도 의연 중에 알고 있다. 자신이 꿈을 갖고 하던 일을 결국 성취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의 자녀를 통해서 그 일을 이루려는 경향이 있어 왔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업을 자녀에게 물려 주거나,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자녀가 대신 이뤄주길 바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는, 아버지 목회자들이 아들 목회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비전을 아들이 이뤄주길 간절히 바라는 소망의 표현이 될 수 있다. 한 교수는 “이 자녀는 육신의 자녀만을 지칭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수나 선생님의 경우는 자신이 못다 이룬 학문적 꿈을 후학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고, 선배들은 후배들을 이끌어 주며 그 꿈을 대신 이루려 한다. 자신의 늙음을 인식하고 자신은 그 꿈을 못 이룰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은 “교육과 후진 양성”에 삶을 투자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교수는 “중년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대안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후, “후진 양성에 삶을 투자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 일은 중년의 좌절된 꿈을 회복시켜 주고, 평생을 바치며 깨달은 삶의 노하우를 후진에게 전하게 한다. 한 교수는 “적용 가능한 대안을 하나 말하자면, 중년의 성인은 자신이 수십년간 자녀를 키운 노하우에, 사회 생활을 하며 얻은 인생 경험, 거기에 더해 죽음을 고민하는 가운데 생긴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와 신앙심을 갖고 있다. 이들을 신앙의 후진을 양성하는 주일학교 교사로 사용해 보라”고 조언했다. 한 교수의 조언을 조금 확대시키면, 교회 성장을 고민하는 중년의 목회자는 후배들을 멘토링하고 지도하는 일에, 주류사회 진출을 고민하는 중년의 사회인은 차세대의 주류사회 진출을 위한 계몽 및 봉사 활동에 삶을 투자하며 두번째 인생을 살면 가장 건강한 중년을 보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한 교수는 시편102편을 읽은 후, “왕의 자리에 올랐던 다윗도 중년의 위기를 겪었다”고 말했다. 다윗의 해법도 한 교수가 말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윗은 “내 날이 기울어지는 그림자 같고 내가 풀의 쇠잔함 같다”는 고백을 통해 자신의 늙어감을 인정한다. “내 힘을 중도에 쇠약케 하시며 내 날을 단촉케 하셨도다”에서 그 역시 좌절과 죽음에 직면했으며 “주는 여상하시고 주의 년대는 무궁하리이다”에서 하나님의 영원하심을 인정하면서 “주의 종들의 자손이 항상 있고 그 후손이 주 앞에 굳게 서리이다”에서 자손들, 후진들을 통해 자신의 꿈이 이뤄지길 소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 교수는 “성경이야말로 가장 좋은 심리학 책”이라고 꼽았다.

한 교수는 “그동안 우리는 성장이란 관점에서만 발달을 보아 왔기 때문에 중년에 위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변화란 관점에서 발달을 보기 시작하면 각자의 나이에 걸맞게 아름다움을 즐기며 사는 것이 인생의 지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