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3년6월27일 태양전지로 작동되는 무인 고공 프로펠러 항공기 ‘헬리오스’가 시험 비행 중 추락했다고 미 항공 우주국이 발표했습니다. 헬리오스는 이날 오전 하와이 카우아이 섬의 미 해군기지에서 이륙해 29분간 비행하다 추락했습니다. 이 항공기는 한번 발사되면 태양전지로 동력을 얻어 몇 개월 정도 공중을 떠돌며 통신이나 기상관측 등의 임무를 목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항공기의 태양전지를 설계한 리처드 스완슨에게는 쓰라린 큰 실패였습니다.

#2. 오바마 대통령이 9만개의 태양전지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야심한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2009년 10월27일 플로리다의 소도시 아카디아에 있는 미국 최대의 태양광 발전소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총81억 달러 규모의 야심한 클린에너지 프로젝트를 밝혔습니다. 그 태양광 발전소가 바로 쓰라린 패배를 딛고 일어선 리처드 스완슨이 창업한 세계적 태양전지 업체 선 파워가 만든 발전소였습니다.

이 두 사건은 태양광 산업, 그리고 리처드 스완슨이 걸어왔던 파란만장한 시간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탠퍼드대 전기 공학과 교수였던 스완슨은 1985년 태양광 회사를 창업했고 1991년엔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정년보장 교수직을 포기했습니다. 당시의 선파워는 대학에서 생겨난 수많은 벤처기업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스완슨 선파워 회장은 “당시에는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다했다”고 회고합니다. 일본 혼다의 주문을 받아 자동차 경주에 나갈 태양광 자동차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선파워는 눈부신 태양처럼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태양전지 산업은 지난 20년간 200배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으며, 선파워는 작년 매출이 14억 달러에 이르면서 미국 태양전지 업계에서 퍼스트 쏠라에 이어 두 번째가 되었습니다. 올해 64세인 스완슨 회장은 많은 과학상, 발명상을 휩쓸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태양전지기술의 진보와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시스템의 상용화에 대한 그의 기여를 인정한 것입니다. 온화한 교수요 과학자의 이미지를 풍기는 스완슨은 태양전지 산업의 미래를 설명할 때는 확신과 자신감이 넘칩니다.

그는 “25년전 선파워를 창업했을 때는 하나의 개념에 불과했던 태양광이 이제는 주류(main stream)로 인정받는 역사적인 순간에 와있다”고 말하며 “글로벌 경기 침체는 태양전지 산업에 위기라기보다는 오히려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드 페러티(Grid Parity)가 훨씬 빨리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단가와 태양광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시점이 오면 폭발적인 성장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스완슨 회장은 이 그리드 패러티가 앞으로 3년 이내에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계적으로 태양전지 및 태양광 발전업체들의 증가와 경기 침체로 공급과잉 현상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공급과잉이 원가를 낮추는 기술발전을 촉진하여 오히려 태양광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하는 스완슨의 선파워는 세계 태양전지 업계 9위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선파워의 태양전지는 발전효율이 19%로써(기존 태양전지는13%) 세계최고입니다. 선파워는 2000년대 들어 연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스완슨 회장은 선파워를 창업한 뒤 돈 되는 일은 다하며 발버둥 쳤지만 결국 2000년에 가서 돈이 바닥났습니다. 그를 구원한 것은 반도체칩 제조사인 사이프러스(Cypress)의 T.J 로저스 회장이었습니다. 스탠퍼드대 동기인 두 사람은 노벨상 수상자인 윌리엄 쇼클리 교수 밑에서 함께 공부했습니다. 로저스 회장은 “내 인생에서 나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단 두 사람이다. 바로 쇼클리와 스완슨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스완슨 회장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저스 회장은 “친구는 친구고 사업은 사업”이란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신축하는 사옥 지붕에 태양전지를 설치해 써보면서 태양광 발전 산업의 가능성을 직접 분석했습니다. 로저스 회장은 스완슨이 만든 것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태양전지로도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고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로저스는 투자조건으로 3가지를 내걸었습니다. 생산비가 적은 곳에 공장을 세울 것, 직원을 절반 감축할 것, 경영진을 쇄신할 것, 선파워는 가내수공업 수준에서 빠른 시간 내에 세계최고수준의 제조업체로 탈바꿈되어갔습니다.

싸이프러스는 마침내 2002년 나스닥에 선파워가 상장되자 750만 주를 팔아 4억 3700만불을 벌었습니다.

스완슨 회장의 성공비결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늘 도전했다는 것입니다.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태양전지분야에 뛰어들 당시 태양광 발전은 그야말로 막연한 이론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 후 25년을 싸워온 것입니다. 둘째는 좋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일상적인 삶에서 신뢰를 쌓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로저스 회장을 통한 결정적 도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새로운 기회를 아는 눈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태양광 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일찌감치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미래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미지의 세계는 끝없는 가능성이 열린 세계입니다. 볼 수 있는 눈과 실패를 두려워 않는 도전자에게는 무한한 성공이 열려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