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알라(Allah)’란 호칭을 비무슬림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두고 무슬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현지 교회들이 잇따른 보복성 공격의 피해를 입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8일부터 약 사흘간 수도 쿠알라룸푸르 등지에서 교회 8곳이 습격을 당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에서 9일 사이 쿠알라룸푸르와 인근 지역의 교회 4곳이 화염 공격을 받아 행정실 등 교회 건물의 일부가 불탔다. 이어 주일인 10일에도 페라크 주와 말라카 주 등지에서 최소 교회 4곳이 습격을 받아 화염으로 교회 벽면이 그을고, 페인트 투척으로 건물이 오염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은 지난 해 12월 31일 무슬림이 아니라도 ‘신(God)’을 뜻하는 일반명사로서 ‘알라(Allah)’란 고유명사를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판결로 인한 종교 간 갈등이 우려된다며 즉시 항소를 제기해 고등법원의 판결 효력은 일시 정지된 상태지만, 무슬림들의 반발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알라’ 호칭을 둘러싼 논란이 교회 공격으로 비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는 “사회의 조화를 위협하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교회 공격 연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선언한 그는, 9일에는 내각 고위인사들과 함께 한 피해 교회를 방문해 한화로 약 1억6천만 원 상당의 이전비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사태가 종교 간 갈등을 넘어 종족 간 갈등으로 격화될 경우 사회 통합이라는 현 정권의 집권 이념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식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한편 말레이시아 교계 지도자들은 잇따른 교회 피습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우리의 무슬림 형제들에 대한 우정을 유지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평화적으로 대처할 것을 교회들에 촉구하고 있다. 또 일부 이슬람 지도자들 역시 종교간 화해와 연대를 표시하는 의미에서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등 사태 진정에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 인구는 전체 인구(약 2천8백만 명)의 60% 가량이며, 기독교 인구는 약 10% 정도이다. 무슬림은 대부분이 말레이계이고 기독교인은 중국계와 인도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