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 가운데 어쩌면 가족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나의 랩탑 컴퓨터.... 세일기간에 좋은 옵션으로 장만할 수 있어서 나름 거금을 투입해서 구입했는데..... 랩탑 컴퓨터가 1년을 지나더니 슬슬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갑자기 멈추고, 키를 인식하지 못하는가하면, 갑자기 꺼졌다고 혼자서 켜지고.....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나로서는 안절부절못해 하면서, 혹시나 돈을 날린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감사절 주간 전에는 1시간에 한번씩 꺼졌고, 꺼지기 전에 입력한 것이 날아가는 일이 몇 번씩이나 반복되었다. 페이퍼 마감기간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었고, 컴퓨터 사용빈도가 점점 늘어가면서 "사고"의 간격이 점점 좁아져갔다. 그렇다고 이것을 학교 헬프데스크에 맡기면 일주일씩은 기본으로 잡아먹고.... 결국 집사람을 거실로 몰아내고, 안방 데스크탑을 차지했다. 이틀동안 그렇게 지내보니 그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그 와중에 감사절이 다가왔고, 워싱턴에 있는 친지를 방문해야했다. 아이들은 사촌들을 만난다고 너무 좋아하고 있었고, 아내도 감사절 만찬을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머릿속은 오직 페이퍼와 컴퓨터 2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감사절을 마치면 숙제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목요일 밤, 근사한 만찬을 마치고, 게임을 하며 신나게 놀다보니 급격히 피로가 몰려왔다. 그러나 컴퓨터 생각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는데.... 구원투수들이 등장했다. 나의 형님들.... 컴퓨터를 나름 다룰 줄 아시는 나의 형님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진단을 마친 후, 갈아엎기로 하고, 윈도우 비스타를 밀어버리고, 업그레이드판을 깔았다.

그 후로 일주일이 지난 지금, 컴퓨터는 완전히 새것으로 거듭나 있다. 한번도 꺼지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군살을 완전히 쏙 뺀것처럼 쌩쌩하다. 컴퓨터를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목요일 아침 쓰레기차가 오면 검은 비닐에 싸서 장례를 치를까도 여러번 생각했다. 하지만.... 컴퓨터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컴퓨터는 내게 과분할만큼 좋은 것이다.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였다. 시스템을 바꾸니 컴퓨터가 살아났던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나빠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어떨때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일 때가 있다. 어떨 때는 내가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실패자이기 때문이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일 수가 있다.

내 주변의 시스템을 바꿔보자. 나를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을 바꿔보자. 낮밤이 바뀐 생활을 했다면 한번 뒤집어 보자. 영상위주의 생활에서 책위주의 생활로 바꿔볼 수도 있다. 사역으로 지쳐있었다면 휴식과 충전의 시스템으로 바꿔볼 수도 있다. 너무 쉬다보니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면 협력할 수 있는 사역의 영역을 찾아서 헌신하는 기쁨을 누려볼 수도 있겠다.
뒤집어보면 길이 보일 수 있다. 집어던지고 싶었던 그것이, 포기해버리고 싶었던 내가, 진짜 보물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라를 생각하면서도 나라를 잘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계속해서 혼란을 야기하는 시스템인지, 개개인의 역량들을 충분히 발휘하게 하는 시스템인지를 고민해보게 된다.

목회는 더더욱 그러하다. 목회는 사람을 다루는 일이고, 결국은 관계의 문제로 귀결되지만, 목회현장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계속 유지한채 사람 탓만 하고 있는 것도 문제일 수 있다.

사람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게하고, 약점을 최소화시키는 시스템이 있을 수 있고, 그 반대의 시스템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상황마다 현실마다 다를테니 일률적인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자훈련이란 것도 사람을 바꾸는 것이지만, 그 방법이 개인의 시스템, 교회의 시스템으로서의 체질을 바꾸자는 것이다. 시스템을 바꿔놓으면, 그 안에서 사람이 연단되고, 훈련되고, 은사를 발휘하면서, 개인도 교회도 바뀌어갈 수 있다.

결국, 우리가 그런 흐름을 짚어낼 수 있는 시각을 갖추느냐의 문제가 관건이다. 개인이 먼저 훈련되어 성도를 훈련시키고, 목회자의 가정이 먼저 변화되어 성도를 변화시키며, 자신의 교회의 체질을 변화시킴으로 주변의 교회에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며, 세상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능력있는 사역자들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리버티에서 그렇게 다듬어지며, 훈련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거듭난 컴퓨터와 함께 모든 페이퍼를 마친 후에..... 홀가분한 김인집 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