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장은 하나님 말씀의 위력을 보여 준다.
말씀 한 마디로 천지가 생겨나는 것이 그렇거니와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그대로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또한 그렇다.
그래서 어느 때는 창세기 처음 장이 온통
"하나님이 말씀하시니라. 그대로 되니라"로
읽힐 때가 있다.
말씀대로 되었다는 것이 너무 위압적이어서
창조의 내용이나 순서 같은 것들은
오히려 사소하게 여겨진다.
말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세상에서
말씀마다 현실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는 것은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말씀대로 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라면,
말처럼 안 되는 것이 사람의 일인 것이다.
사람도 그분의 뜻대로 하나님을 닮아서
말에 능력이 있다고 하지만(그것은 사실이다)
사람의 말이란 것이 얼마나 허약하지...
시란 본디 말을 맵시 있게 할 양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사물에 접근하기 위해 말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그 말과 사물과의 괴리를 경험하였으므로,
말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처한 지경을
말을 적게 함으로 벗어나려 한 것이
바로 시(詩)인 것이다.
그러니까 시란 신의 말씀 앞에서 경험하는 인간 존재의
무력함의 상징이다.
그래서 잘된 시는 슬프게 아름다운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