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유교사상이 아직도 뿌리깊게 내리고 있던 1955년, 그 시대적 금기를 깨며 한국 역사상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은 여성인 명화용 목사의 후손은 오늘날 이 시대의 유교 전통과 교회, 여성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12월 3일 한국기독교연구소(CSKC)가 개최한 올해 마지막 월례포럼의 발제자로 선 정화영 목사는 “유교와 한국 여성신학”이란 주제로 강의하며 그 자리에 참석한 한인 유학생들과 이 문제에 관한 진지한 탐구를 이어갔다. 이날 강의에서 그녀가 가진 신학적 텍스트만큼 주목받은 것은 그녀가 명화용 목사의 종조카이며 명 목사처럼 아직은 한국교회에서 드문 여성 목회자일 뿐 아니라 유학생 출신으로서 이민자들이 겪는 사회적 약자의 상황에 직접 처해 봤다는 삶의 컨텍스트였다.

정 목사는 “모든 전통과 종교에는 인간해방적 요소와 성차별적 요소가 공존한다”며 “이 점은 기독교도 유교도 마찬가지다”라고 평했다. 보통 유교가 한국사회의 여성차별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보지만 기독교 역시 고전14:34의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고전11:3의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엡5:23의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 등의 구절이 교회 안에서 남성의 우위를 강조하는 데에 악용되곤 했다. 그러나 이 구절들은 말 그대로 악용된 것이지 그 말씀 자체가 여성의 지위를 교회 안에서 박탈하는 데에 최종적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성경은 동시에 갈3:28처럼 “남자나 여자 없이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라고 평등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독교 안의 성차별적 요소와 그 본질의 뜻을 찾아간 정 목사는 이것을 유교에 접목시켜 유교 안의 성차별적 요소와 본질을 뜻을 찾기 시작했다. 유교의 성차별적 사상은 삼종지도(三從之道), 칠거지악(七去之惡), 남존여비(男尊女卑), 여필종부(女必從夫) 등에서 심화됐다 이런 하위 개념들을 뒷받침하는 원류는 바로 유교의 전통적 음양사상이다. 음양사상은 당시의 우주론이자 변화를 설명하는 철학인데 이것이 조선으로 오며 남자는 양, 여성은 음이라는 이분법적 선입관을 심게 됐고 음에 해당하는 여성은 당연히 양에 해당하는 남성에 복종해야 한다는 사상으로 자리잡게 됐다.

정 목사는 “음양사상을 회복, 재구성하는 것에서 유교 안의 페미니즘을 찾는 시도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음양사상을 가부장적으로 해석하면 양은 남자이고 음은 여성이다. 음양은 반대된다. 음양의 조화를 위해서는 한쪽이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내외, 상하, 천지, 남녀는 구분되며 섞이기 힘들다. 그러나 이것을 남녀평등적으로 해석하면 남녀 모두에게 음양이 공존한다. 음양은 서로를 내포하고 있다. 음양은 협력할 때 가장 좋다. 양자는 변증법적 통일을 추구한다. 정 목사는 “한국사회 성차별적 사상의 기초가 되는 유교사상도 깊이 파고들면 오히려 남녀의 평등을 회복하게 한다”며 이것이 “한국 여성신학의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목사는 유교적 문화 속에서 여성들의 가치를 찾기 위해 몇가지 제안을 했다. 먼저는 여성들이 주관중심적 정체성(Subjectivity-based Identity)을 갖는 것이다. 유교적 전통에 따르면, 여성은 역할중심적 정체성(Role-based Identity)을 갖는다. 이것은 어머니, 딸, 아내, 며느리라는 역할을 갖고 그 책임을 이행하며 정체성을 찾는 것인데 이것이 자신의 선택과 자기 이해에 따른 정체성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여성의 독특한 미덕을 찾아야 한다. 보통 유교적 문화는 희생과 섬김을 여성에게 강조하지만 이것 외에도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미덕은 얼마든지 많다. 유교가 가진 핵심사상인 인(仁) 사상을 기독교의 아가페 등과 접목된 기독 여성의 미덕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교회 안에서 여성의 역할을 찾아가며 직분에 있어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경계를 극복해야 한다.

끝으로 정 목사는 “한국 여성신학은 꾸준히 전통을 재해석하고, 교회 내에서의 성차별을 줄여나가면서, 하나님이 불러 주시는 평화, 정의 공동체 실현에 힘써야 한다”면서 “남성과 여성이 이 작업에 함께 참여할 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도전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