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천 3백 미터 알프스의 깊은 계곡. 그 곳에 누구도 쉬이 들여다보지 못했던 고요함의 세계가 있다. 해가 뜨고 달이 지고 별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계절 속에서 영원을 간직한 공간을, 그들만의 시간을 만들어 나가는 이들이 있다.

프랑스 알프스 지대에 위치한 그랑드 샤르트뢰즈 수도원(Le Grande Chartreuse)에 거주하는 수도사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 <위대한 침묵>은 침묵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독특한 체험을 제공한다. 영화는 163분이라는 러닝타임 시간 내내 수도사들의 일상적인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냈다.

1984년 ‘침묵’을 영화화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필립 그로닝 감독은 카르투지오 수도회가 가장 적당한 장소라 판단, 촬영 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19년 후, 수도회 측이 영화촬영을 허가했고, 감독은 수도원 내에 머물러 수도사들처럼 독방생활을 하며 영화를 촬영했다.

영화 속에는 설거지와 청소, 정원일, 식사준비 등을 하는 수도사들의 의식과 일상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인공조명과 인공음향 등은 철저히 배제된 채로 자연스러운 영상 그대로 보여진다.

영화 속 수도회는 로마가톨릭 계열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산책하기 위해 수도원을 나설 때에만 대화가 가능하다. 방문객도 받지 않고,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없다. 외부와의 대화가 철저히 단절된 채 엄격한 규율에 맞춰 생활하는 수도사들의 삶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자막으로 처리되는 내용뿐이다.

수도사들의 생활은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가 느끼기에는 지루하게 느껴질만큼, 반복을 되풀이한다. 같은 기도문, 같은 성가, 같은 자막들……. 인생의 평균 65년을 수도원에서 보내며 하루하루 흘러도 계절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수도사들은 언제나 같은 기도문을 외며 매일 같은 의식 속에 변함없는 일상을 살아간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수도사들의 삶을 참으로 낯설다. 빛이 차단된 영화관에서 침묵으로 일관된 영상을 보며 옆자리에 앉은 관객의 작은 숨소리만이 들리는 환경에서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반복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참된 가치를 느껴볼 일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수도원 영성의 향기는 굳이 그 장소가 깊은 산 속 수도원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구별된 삶 속에서 빛이 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세상과 어울리지만 세상과 같아지지 않는 크리스천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