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기며 사는 인간들에게 추수감사절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마치 동전에는 두 면이 있듯이 가능한 감사하며 사는 사람과 불평하며 사는 사람으로 구분해 본다.

감사하며 사는 사람은 자신이 바라는 면이 성취 되었을 때 만 아니라 물질의 손해를 입거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을지라도 '세상은 천사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니까' 하고 스스로 위로한다. 묘한 것은 감사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내가 기뻐지고 그 분위기는 생동력이 생기고 기쁨이 넘친다. 그런 분들의 특징은 "미안해요" "고마워요" "감사해요" 가 말끝마다 따라붙는다.

반대의 경우는 만사가 불만이다. 자신부터 시작해서 생계가 걸린 직장에서나 은혜를 받겠다는 교회에서, 크게는 사회, 어느 하나에도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또 가까운 사람들의 숨은 약점이나 단체의 부정적인 면을 확대해서 듣는 사람의 시선을 끌고 나아가서는 거론된 사람들을 불신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듣지만 만날 때마다 불평을 듣게 될 때에는 저 사람처럼 될까 무서워 멀리하게 된다.

감사하는 사람들은 감사의 기준이 자기가 원하는 것이 성취 되었을 때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그 자체에 무게를 둔다. 숨을 쉬는 생명이 있다는 것은 최고의 감사의 조건이다. 누군가 천하를 다 주면서 내 생명과 바꾸자고 한들 바꾸겠는가? 어림도 없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가진 자신에 대해 감사 하지 않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다음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 대한 감사다. 세상에 올 때 빈손으로 왔고 또한 갈 때 빈손으로 갈 인간인데 현재 가진 것이 너무도 많다. 옷이 몇 벌이 되고 먹고 마시는 음식도 셀 수 없이 많다. 눈 비 바람 피해서 편안하게 단잠을 잘 수 있는 거처, 가족과 친구가 있고 사랑을 주고 받을 대상자가 있다는 것, 맑은 하늘과 넓은 땅, 돈 내라는 고지서를 보내지 않는 해와 달, 만가지 꽃과 나무, 강과 바다, 들과 산 계곡, 그 안에 사는 짐승과 새, 곤충, 이 모든 것이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런데도 감사를 하지 않으면 배은 망덕이다. 옛 어른들의 말에 "효자(효녀)는 가난한 집에서 나온다"고 하듯 가난한 집의 자녀들은 의식주를 해결 하기위해 부모님이 얼마나 땀을 흘리고 허리 펼 사이없이 일 하는 것을 옆에서 보았기에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진하다. 우리가 사는 부요한 사회를 만들기위해 많은 선친들이 피 땀과 눈물 흘린 것을 감사해야한다. 장자의 말에 '꼭 맞는 신을 신으면 신 신은 것을 모르고 띠를 꼭 매서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으면 띠 맨 것을 모른다'는 말처럼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은 감사가 없다.

생명의 고귀함을 안 그 한 사람 송명희씨는 낳으면서부터 뇌성마비로 온몸을 비비꼬면서 한 마디 말을 하려면 전체 몸을 비틀어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 고통을 순화시켜 건강한 사람이 상상도 못한 세계를 보여 준다. 그녀의 글 중에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가졌고, 나 남이 못 본 것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그녀의 피에 맺힌 한을 신앙으로 성화시켜 감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장막절을 맞이하면 뒷 뜰에 작은 천막을 치고 전기나 가구도 없이 가족이 한 주일 동안 누룩없는 빵과 한정된 음료로 극기 생활을 한다. 3천 5백 년 전 노예에서 해방되어 새로운 땅을 찾아 40년 동안 고생한 것을 기념하는 뜻도 있지만 현재 자신이 너무도 부요한데 오염 되어 창조주를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 극기의 생활을 하는 것이다. 1985년 뉴욕 마라톤 때 린다 다운 씨도 동참했다. 그 여자는 신체장애자이지만 겨드랑이에 크러치를 끼고 12시간 걸려 훌 코스를 완주했다. 그 모습을 보는 거리의 인파는 뜨거운 박수로 격려했다. 이 소식을 접한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그 용기를 칭찬해 주었다. 그녀는 대답하기를 "나에게 강한 의지와 노력 할수 있는 인내와 크러치를 받칠수 있는 두 겨드랑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더욱 묘한 것은 감사하는 사람에게는 여러 모양의 복이 따라온다. 반대로 불평이 많으면 있던 복도 도망간다.(신28:47-48)

비 오는 날 창가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는 일도 감사할 일이다. 내 책상 위에 걸린 "밀레의 만종"을 다시 본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하루 종일 일하던 부부가 해가 서산에 넘어가고 멀리 에서 들려 오는 교회의 종소리에 모자를 벗어 들고 서서 머리 숙여 감사 기도하는 그 모습. 너 나 무에서 왔다 무로 가는 나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주신 부모님 선배 들에게 감사, 더욱 귀한 생명을 주시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