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주의와 가톨릭 전통이 지배적인 프랑스에서 복음주의 교인 수의 급증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자, 교인들이 두 손을 올리고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간간히 할렐루야를 속삭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강단에 선 프랑크 르피야트르 목사는 마이크를 통해 말한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 놓으세요.” 그의 뒤로는 금빛으로 새겨진 ‘예수 그리스도: 어제도, 오늘도 영원히 동일하신 분(Christ: the same yesterday, today, eternally)’이란 글씨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의 교회 집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바이블 벨트가 아니라 프랑스 파리 시내의 파리-바스띠유 교회에서 지난 주일 열린 정기 집회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 교회는 프랑스 전역에서 최근 급격히 증가 중인 복음주의 교회 중 하나다.

프랑스의 복음주의 교인 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만 명으로부터 시작해 현재 45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프랑스복음주의연합(EFF: Evangelical Federation of France)에 따르면 복음주의 교회의 수는 1970년대 8백여 개에서 오늘날 2천2백여 개에 이른다.

이러한 복음주의 교회의 성장이 프랑스에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주 스트라스부르에서 수천의 현지 복음주의 교인들이 장 깔뱅의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이자 프랑스 언론들은 이를 이례적인 일로 보도했다.

복음주의 교인들의 증가가 이슈로 거론되는 데는 프랑스의 전통적 사회 분위기가 한 몫 한다. 프랑스는 오랫동안 복음주의와는 ‘가장 거리가 먼 나라’ 중 하나로 비춰져 왔다. 프랑스 가톨릭은 ‘가톨릭 교회의 장녀’라고 불릴 만큼 역사적으로 로마 가톨릭과의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개신교는 상대적으로 소수 종교로 여겨져 왔으며, 현재까지도 프랑스 전체 인구 중 3%만이 개신교인이다.

또한 1905년 정교 분리 이래로, 프랑스는 ‘의식의 자유’를 의미하는 ‘라이씨떼(Laïcité)’의 가치를 사상적, 정치적 이념으로 숭상해 왔다. 따라서 프랑스에서는 복음주의 신앙이 세속주의 공화국의 가치와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비판적 여론도 일고 있다. 프랑스에서 복음주의에 대한 비판은 주로 정치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복음주의 교회들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프랑스 복음주의 교인들에게 이러한 비판은 부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한 종교사학자가 복음주의를 겨냥해 “라이씨떼가 위협 받고 있으며, 유혹이 현존하고 있다”고 언급해 복음주의 교인들의 비난을 받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단지 미국인들과 같은 신앙을 갖고 있거나, 비슷한 예배 형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정치적인 시각도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 프랑스 복음주의 교인들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