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길’을 주제로 제10회 영암국제학술대회·2009 세계한인신학자대회가 안양 성결대 80주년기념관에서 성결대 영암신학사상연구소(소장 박창영 박사)와 한국신학회(회장 정상운 총장)가 공동 주최로 열렸다.

대회는 1부 개회예배와 2부 심포지엄, 3부 논문발표와 4부 폐회예배 등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주제강연에는 도한호 총장(침례신학대학교)이 나서 구원론을 중심으로 한 제3의 신학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도한호 총장 “칼빈의 5대강령, 금과옥조처럼 생각 말자”

도한호 총장은 발표에 앞서 “기독교의 핵심인 구원 교리에서 이해와 양보, 일치를 통해 ‘제3의 길’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한다”며 “이는 각 교파 구원론의 차이점을 ‘틀린 점’이 아니라 ‘다른 점’으로 간주하고 이해와 수용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도한호 총장.
도 총장은 특히 구원과 관련된 칼빈신학의 소위 ‘5대강령(五大綱領)’인 전적 타락, 무조건적 구원, 제한적 속죄, 불가항력적인 은혜, 성도의 견인 등에 대한 제3의 해석을 시도했다. 도 총장은 “칼빈주의적 구원론과 다른 견해를 가진 개인이나 교파는 양자 중 한 편에 서기를 강요당할 필요 없이 독자적 해석을 가지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적 타락과 무조건적 구원에 대해 도 총장은 침례교회의 입장을 예로 들며 “대부분 성령의 능력 없이는 인간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전적 타락은 인정하지만, 무조건적 선택은 거부한다”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을 부르실 때 거부가 가능한 도덕적 명령을 하셨고, 이는 ‘하나님의 부르심은 하나님 편에서의 작용만이 아니라 부르심 받은 자들 편에서의 응답을 포함한다’는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설립자 존 머레이의 말처럼 수정 칼빈주의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이 현재 한국 개신교회의 일반적인 견해인 것 같다고도 했다.

“제한적 속죄론, 수용할 수 없다”

예수의 죽으심이 구원받은 소수를 위한 제한적 속죄행위라는 ‘제한적 속죄’에 대해서는 “하나님을 원하는 자에게 생명수를 주시기로 작정(요 19:30)하셨으므로 구원에서 그 나머지 부분은 인간에게 맡겨졌으므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성경의 여러 구절이 예수의 오심과 죽으심이 만인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가항력적인 은혜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신 것이나 예수를 구세주로 보내시는 것, 바울을 부르신 것과 같은 절대적인 은혜는 아무도 거역할 수 없을 것이나 선택적·윤리적, 일반 은혜는 거역 또는 불순종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주어진 것”이라 했고, 성도견인설에 대해서는 “칼빈주의 노선에서는 다른 해석을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웨슬리 신학에서는 은혜 수혜자의 믿음에 관계되는 선택적인 것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도 교수는 “하나님께서 특별히 정하신 이는 주권적으로 선택하시고 나머지는 간과하셔서 ‘믿음=구원’, ‘불신=유기’하신다는 온건설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손봉호 교수 “신학계, 교회 내 타락엔 침묵하고 지엽적 문제로 논쟁”

▲박종화 목사(왼쪽)와 손봉호 교수가 주제강연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날선 질문들이 오갔다. 손봉호 석좌교수(고신대),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 신화석 목사(안디옥교회),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등 신학자가 아닌 패널들은 이론에 치우쳐 목회 현장에서 쓰임새가 줄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이를 타개할 ‘제3의 길’을 제시했다.

“신학자가 아니라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다”던 손봉호 교수는 “성경은 논리적인 책이 아닌데 신학계는 자꾸 지엽적인 문제로 이론적인 논쟁에만 치우쳐 있다”며 “기독교 사회였던 서양과 달리 기독교의 적들이 가득한 오늘의 한국에 사는 우리들의 신학은 신앙을 옹호하는 데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신학이 훌륭한 목회자를 키우는 데 힘을 쏟아야지 교조주의적인 논쟁만 하면 안 된다”며 “물질 만능주의와 물리학 만능주의, 믿음을 대신하고 있는 이데올로기 등 사회적인 문제들과 이보다 더 심각한 교회 내 성도들의 타락 같은 곳에 왜 침묵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최성규 목사는 “제3의 길보다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성경의 길’, ‘성경적 삶’을 추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지금의 신학은 자기 주장보다 치열한 자기 반성을 해야 할 때”라며 “내 신학을 주장할 게 아니라 ‘성경이 무엇이라 말씀하시는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석 목사는 “본질을 건드리면 논쟁은 끝이 없으므로, 비본질적인 것을 놓고 서로 토론해야 한국교회가 바람직한 길로 갈 수 있다”며 “제3의 길을 얘기하는데, 선교하는 교회 입장으로 한국교회의 선교 ‘중복 투자’에 대한 제3의 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종화 목사 “삼위일체만 인정하면 신학 다양성 인정해야”

박종화 목사는 ‘제3의 길’에 대해 “성부와 성자, 성령이 하나임을 인정하는 삼위일체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다양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냉철한 지성적 신학’과 ‘따뜻한 감성적 신앙’을 강조한 박 목사는 “진실로 은혜있는 감성이라면 성령(영성)께서 함께하실 것이고, 진실로 학문적인 지성이라면 성령(영성)께서 그 길을 인도하실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영성은 삼위일체를 알게 해 준다”고 언급했다.

박 목사는 “핵심은 자신이 변하는 것인데, 떡과 포도주로 해법도 없는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사람’을 얘기하는 신학이 없고, 이것이 신학의 한계, 교파·교조주의의 한계”라고 밝혔다. 예정론에 대해서도 “나는 구원의 기쁨이 있고 난 다음에 예정론을 믿는 것이다”고 강조하고, “중요한 것은 예정받았다는 고백이며, 결정론적 예정론은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논문발표에서는 해외 학자 유라이킴 교수(미국 Hartford Seminary), 이계원 교수(호주 Wesley Institute), 허천회 교수(캐나다 Know College)가, 국내 학자 서정민 교수(연세대), 변창욱 교수(장신대), 박창영 교수(성결대) 등이 나섰다. 좌장에는 김순환 교수(서울신대)와 김태연 교수(GPI), 종합논찬에는 전요섭 교수(성결대)와 윤철원 교수(서울신대) 등이 나섰다.

개회예배에서는 박창영 소장 사회로 정상운 회장의 개회사, 길자연 목사(칼빈대 총장)의 설교, 엄신형 대표회장(한기총)의 축사 등이, 폐회예배에서는 이은규 부회장(한국신학회) 사회로 한양수 목사(예성 증경총회장) 설교, 고성주 총장(그리스도대)의 기도 등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