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시다가 한국으로 돌아가신 어느 교우께서 우리 교회의 이름을 이렇게 해석하신 적이 있습니다. ‘와싱톤한인교회’라는 이름과 ‘와, 신통한 교회’라는 말이 어감이 유사하니, 참 신통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교우는 신통방통한 아이디어로 충만한 분이어서 인기 강사로 유명합니다.

<새우리말 큰 사전>에 보니, ‘신통하다’라는 말을 몇 가지로 정의했는데, 가장 흔하게 쓰이는 의미는 ‘신기하고도 묘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이 쏠릴 정도로 사랑스럽다’는 것입니다. 그 교우께서 우리 교회를 ‘와, 신통한 교회’라고 부른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실로, 우리 교회는 신기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58년이나 된 교회에서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런데도 교회는 아무 문제없이 제 역할을 합니다. 무엇인가를 도모하기 위해 소란을 피우거나 들레는 사람들도 별로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안 되는 일이 없습니다. 제각기 아무 말 없이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섬깁니다. 그래서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오늘같이 교회가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시대에 이런 교회가 있다는 것이 신통한 일입니다.

교회 설립 58주년을 맞이하면서, 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우리 교회가 이름값을 했으면 합니다. ‘신통’이라는 말은 한자로 神通이라고 씁니다. 신이 통했다는 뜻입니다. 사람에게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신이 통해서 그리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적으로 말하자면, 하나님의 영이 통했다는 뜻입니다.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는 것은 성령이 그 공동체 안에 통하고 그 공동체를 다스릴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성령의 변화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신통한 일을 도모해보려고 애쓰는 것은 부질없는 일입니다. 우리 교회가 자랑할 것이 있다면, 다만 성령께서 우리 중에 역사하여 이루신 일들뿐입니다.

그동안 우리 교회가 진실로 신통하게 보였다면, 그것은 모두 성령께서 하신 일일 것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비전이 이끄는 교회’가 되기 위해 몸부림쳐 온 결과일 것입니다. 이같은 우리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의 관심사는 신통한 교회로 보이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이든지 오직 성령이 통하시는 교회, 성령이 다스리시는 교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교우 한 분 한 분이 더욱 깊이 성령의 다스림을 구하고, 성령의 인도를 따라 섬기기를 힘써야 할 것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이 거룩한 사역에 참여하여 헌신해 오신 모든 교우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고귀한 헌신은 하나님의 책에 지워지지 않는 글씨로 기록되어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고귀한 헌신을 통해 많은 영혼들이 덕을 입어왔음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을 본다면 더 많은 헌신을 기쁨으로 다짐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사랑과 기도와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2009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