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국회의 인준을 받은 정운찬 신임 총리가 한국교회 양대 기구를 내방해 조언을 구했다. 정 총리는 7일 오전 10시 30분과 11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 이하 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김삼환 목사, 총무 권오성 목사, 이하 NCCK)를 방문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기총과의 면담에선 엄 대표회장 이외에 총무 김운태 목사, 총무협의회 회장 박종언 목사, 회계 김동근 장로 등이 함께 했으며, 엄 대표회장은 면담 후 이례적으로 정 총리를 위해 축복기도를 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회견은 대부분 엄 대표회장이 한국교회의 입장을 전하고 정 총리가 경청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

정 총리는 먼저 “기독교계가 사회통합과 안전, 국가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감당해 주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고, 엄 대표회장은 7대 종단협의회 대표를 맡아 종교간 화합과 사회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등 한국교회의 헌신과 노력을 전달했다. 김운태 총무 역시 수개월간 펼쳐 온 십자가 대행진 등 나라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도하고 있음을 전했다.

이어 엄 대표회장은 총리가 새롭게 내정된 만큼 미래를 내다보며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으며, 복음주의 단체로서 국민의 화합과 통합을 위해 기도하고 협력하겠으니 소신껏 일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엄 대표회장은 특히 “잇따른 국가 지도자들의 서거로 국가가 혼란했을 당시 한기총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며 국민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했었다”며 총리로서 법질서를 바로잡아 무조건적인 집단 세력으로부터 흔들리지 말고 국민을 선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 총리의 국회 인준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봤다는 엄 대표회장은 정 총리가 청문회에서 정직하고 소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격려하며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한결같이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엄 대표회장은 면담 후 “요청을 너무 많이 해 부담을 준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며 농담을 건내기도 했다.

▲정운찬 총리(왼쪽에서 두번째)가 NCCK 김삼환 회장(가운데) 및 권오성 총무(오른쪽)와 면담을 나누고 있다. ⓒ송경호 기자


이어 진행된 NCCK 김삼환 회장과 권오성 총무와의 면담은 최근 정 총리가 용산 화재사고 유가족을 방문한 것을 화제로 서두를 열었다. NCCK 측은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유연한 대북정책을 요청했다.

김 회장은 “가장 상처 입은 곳에 관심을 기울여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으며, 권 총무는 “종교계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 총리는 “법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빠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이어 권 총무는 “NCCK는 오래전부터 통일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대북 정책에 여러 방향이 있지만 인도적 지원은 이념을 넘어 계속돼야 한다”며 “정부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인도적인 지원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 총리는 “정부가 직접 나서달라는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의사를 확인했고 “꼭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김 회장도 “최근 남북관계의 분위기가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때에 남북이 서로 양보하는 자세로 나아가야 국민과 전 세계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며 “정부는 정부대로 역할을 감당하되 좀더 유연성 있는 사고를 지녀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