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사도와 같이 목숨을 내놓고 열정을 가지고 주님의 일을 한 종이 또 있을까? 그렇게 충성하는 바울의 일생은 당연히 순탄하고 모든 일이 형통해야 할 텐데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시지 않으셨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과 환난을 당케 하시고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게 하셨다. 육체의 가시를 통하여 받는 그 고난 가운데서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고 하시니 하나님의 일꾼들에게 주어지는 고난은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통하여 영광 받기를 원하시고 오늘도 나를 붙드시고 인도하심을 믿는다. 내게도 육체의 가시가 필요했던 걸까? 아니면 또 다른 하나님의 계획인가?

2005년 3월 하순 아침 나는 운전 중에 갑자기 정신을 잃고 사고를 당했다. 나는 감히 이 일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다고 말하고 싶다. 차 안에는 권사님 한 분이 타고 계셨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차가 계속 한 블록을 달려가자 급기야는 당황해하던 권사님이 핸들을 조종하여 차는 인도로 올라가서 간신히 멈추어 섰다. 그러나 그 와중에 길을 건너던 사람이 차에 치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나는 어렴풋이 정신이 돌아오고 있었다. 앰뷸런스의 싸이렌 소리가 요란한데 전신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눈을 떠서 주위를 살펴보니 운전석 옆에 담벼락이 있고 차가 인도 위에 있는 것이었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뒤를 돌아보니 앰뷸런스가 여러 대 요란스럽게 불을 번쩍거리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건가? 어떻게 된 일인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고 정신이 몽롱했다.

경찰이 가까이 다가왔다. 다친 사람을 수습하느라 그제사 내게 오는 모양이었다. 그는 내게 괜찮으냐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내가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몸을 잘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나를 부축해서 앰뷸런스에 태우고 병원으로 갔다. 기운이 하나도 없고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았다. 가슴도 두근거리고 불안하고 초조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심장에 이상이 생긴 것만 같았다.

그렇게 응급실에 대기하고 있는데 아내와 아들이 나타났다. 함께 타고 있던 권사님이 내려서 전화를 하셨다는 것이다. 아내와 아들이 놀란 얼굴로 좀 괜찮느냐고 물었다. 나는 심장에 이상이 생긴 것 같고 지금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디 다른 것은 아닌데 불안하고 꼭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러고 나서 한 시간 후에야 중환자실로 올라가서 심장에 대한 검사가 시작되었다. 의사가 여러 가지 질문을 해 왔다. 최근에 힘든 일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자는 지난 주에 감기 몸살이 왔는데 눈이 많이 와 밤을 꼬박 새우면서 눈을 치우느라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심장에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나는 하나님 앞에 간절히 기도드렸다. "주님, 저를 일으켜 주셔야 합니다. 이대로 무너지면 정말 주님 영광 가리게 됩니다. 아들 장가도 보내야 되고요, 아직 교회에서 할 일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주님, 이 종을 불쌍히 여기사 일으켜 주옵소서. 만일 육체의 가시를 허락하시려면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시옵소서."

나는 이렇게 부르짖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도록 별 다른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이틀째에 갑자기 호흡이 곤란해지더니 식은땀이 나면서 기절하기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의사가 달려왔다. 기계를 체크한 결과 심장이 4초간 정지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다음날로 수술을 해야겠다고 했다. 심장이 멎을 때를 대비해서 pace maker라는 심장 충격기를 달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심장 충격기는 만일 심장이 멎는 일이 다시금 발생하면 충격기가 즉지 작동해서 심장에 충격을 가하면서 심장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수술에 필요한 서류에 사인을 하고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하나님께 수술이 잘 되도록 도와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어떻게 마취를 했는지 통증도 없이 수술이 진행되는데 정신은 멀쩡했다. 왼쪽 가슴 위 부위를 절개하고 피부 속에 기기를 삽입해서 심장과 연결하여 고정시키는 수술이었다. 수술은 간단히 끝났다. 여러 가지 주의 사항과 설명을 들은 후 다음날로 퇴원을 했다. 기분은 조금 나아졌지만 기운이 없었다. 마음도 편치 않았다. 자꾸만 죽도록 불안했던 순간들이 수시로 나를 괴롭혔다. "주님, 연약한 이 육체를 돌아보옵소서. 이 환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게 해주시고 원상 회복되게 해주옵소서." 나는 주님의 은혜만을 간절히 사모하며 더욱더 힘써 부르짖어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