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란 경계를 넘어가는 사람들입니다.”

올해로 통일 20주년을 맞는 독일의 개신교협의회(Evangelishe Kirche in Deutschland) 대표단 12명이 평양을 방문하고 한국에 입국, 17일 오후 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 성과를 보고했다.

볼프강 후버(Wolfgang Huber) 대표를 비롯한 12명의 방문단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고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서울을 찾았다. 이들은 조선그리스도연맹(북한)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국) 초청으로 양측을 방문했다.

분단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독일 대표단은 통일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법률가이면서 장로교 대표를 맡고 있는 마깃 프렉켄스타인(Margit Fleckenstein)은 “사실 우리는 1989년 11월만 해도 (통일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정치가가 아닌 우리가 통일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난감할 수 있지만,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여러분과 우리의 기도가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북한 방문 소감에 대해 후버 대표는 “봉수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와 있어서 놀랐고, 설교에서는 북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았다”며 “예배 중 인사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기독교 메시지에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전해 듣기만 했지만 직접 방문해 보니 우상화와 국가종교화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좀 더 알 수 있었다”며 “우리가 북한 하면 핵무기에 너무 집중하느라 그곳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덜 가지는 것 같다”는 말로 굶주린 북한 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에둘러 표현했다.

▲사회를 맡은 박종화 목사(NCCK 국제위원장), 볼프강 후버 감독(독일개신교협의회 대표, 이상 오른쪽부터) 등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동서독과 남북한의 차이에 대해서는 “독일의 경우 꾸준히 상호 방문과 교류가 가능해, 동독 사람들은 통일 이전에도 이미 TV 등의 매체를 통해 서독을 잘 알고 있었고, 동서독 교회 간 자매결연과 교류도 종종 있었다”며 “북한에서는 ‘완전 통제’ 상황을 경험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면 소통과 만남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민간 차원의 교류가 활성화된다면 당국간 만남의 계기도 이뤄질 것”이라는 말도 했다.

사회를 맡은 박종화 목사는 “독일교회는 한국의 통일 문제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며 “남북의 교회와 동서독의 교회 4자가 서로 만나서 통일 이전과 이후, 그리고 통일 과정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루 전인 16일에는 독일 개신교회 중 가장 큰 교파인 루터교 한국본부를 방문해 환담했다. 한국루터회에서는 엄현섭 총회장을 비롯, 엄진섭 루터대 총장대행, 독일인 이말테 교수(루터대) 등 교수진과 루터회 직원, 목회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