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6월 정명진 전도사님이 새로 부임해오셨다. 교회 행정과 장년 교육을 맡아 수고하실 텐데 전도사님은 아직 신학생으로 한 학기를 더 공부해야 졸업하게 된다고 하셨다. 가족으로는 사모님과 7세, 5세 된 두 딸을 두고 있었다. 전도사님은 공부하면서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계시는 것 같았다. 오신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마지막 학기 등록금 문제로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이 일로 인하여 당회가 소집되고 요청한 3,000불에 대하여 장시간 토론이 있었으나 결론을 얻지 못한 채 다음 주에 다시 토론하기로 했다. 당시 교회는 재정이 많이 힘든 상황이어서 분위기가 교회 재정으로는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았다.

당회가 파한 후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전도사님의 처지가 정말 딱해 보였다. 부임하자마자 교회에 짐을 지워야 하는 본인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나는 가족 회의를 소집했다. 아내와 아들, 딸, 네 사람이었다. 아이들이 이제 성인이라 가정의 제반 문제는 가족 회의를 통하여 의논하고 결정하도록 했다. 나는 전도사님의 사정을 이야기 하고는 지난날 내가 어려울 때 교회로부터 도움 받은 일을 상기시키며 이제 사랑의 빚을 갚을 기회가 온 것 같다면서 전도사님을 도와주자고 의견을 내놓았다. 모두들 좋은 생각이라며 찬성했다. 나는 즉시로 이은수 목사님을 만나 뵙고 전도사님은 내가 도와드려야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3,000불을 준비해서 전도사님에게 전해 드렸다. 전도사님은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다. 나는 "이 돈은 갚지 않으셔도 됩니다. 힘내시고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라도 말씀해 주세요. 형편 닿는 대로 도와드릴게요."하고 말했다. 나는 지난날 빚진 것을 갚는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런데 일주일 후 전도사님이 또 뵙자고 하셨다.

"장로님, 죄송하지만 장로님밖에는 부탁드릴 만한 분이 없어서요. 실은 2,000불이 더 필요해서요. 죄송합니다, 무리한 부탁을 드려서."

"그래요? 언제까지 필요하신데요?"

"다음 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나는 아내에게 2,000불이 되겠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이번 주 주급 보태면 2,000불은 될 거예요. " 다행으로 생각하며 주일에 돈을 건네 드리니 매달 200불씩 꼭 갚겠다고 하신다. 나는 안 그러셔도 된다고 하며 많이 어려우실 텐데 힘내시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다. 그러고는 정말 월말에 check로 200불을 끊어서 보내 오셨다. 나는 주일날 check를 다시 돌려 드리면서 나도 빚진 것 갚은 것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학교나 잘 마치시라고 했다. 그러고는 함께 손을 잡고 전도사님을 위하여 축복 기도를 드리고 또한 그동안 사랑의 빚을 갚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사랑의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신 하나님께 무한 감사를 올려 드렸다. 이후 전도사님은 신학교를 잘 마치고 1998년 목사 안수를 받아 현재는 뉴저지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목회를 잘 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