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로체스터로부터 한 시간 반 떨어진 곳(Clarence)에서 Western NY Annual Conference를 앞두고 “목회자 모임”(Clergy session)이 있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 GPS를 가져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아내가 아침부터 약속이 세 개나 겹쳐있지 뭡니까? 오전 9:30에 highland에서 하나, 그 후 10:30에 henrietta 그리고 11:00에 Pittsford에서 연속으로 약속이 잡혔습니다. 아내는 제가 길을 잘 잃어버린다고 생각했는지, 자기는 인터넷으로 찾아가겠다며, 저에게 GPS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아내가 걱정되어, 제가 인터넷으로 길을 알아보고 가겠다고 했지요. 아내의 두세 번의 권유를 마다하고, 저는 “명석한” 머리를 믿고, 위치 확인 후 간단한 direction을 적어 출발했습니다. 모임이 오후 2:00인지라, 1:20 정도에 출발을 했지요.

I-90를 타고 Buffalo 방향으로 가다가 exit-48번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가 적어온 direction에는 exit-48A로 되어있지 뭡니까? 수십 번 다녔던 길인데, ‘exit-48A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냥 48번으로 빠졌는데... 역시나 제 예상이 틀렸습니다. 하지만 이쯤이야 가벼운 실수! 바로 차를 돌려 다시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얼마 가니 48A가 나오더군요. 출구로 나와, Clarence 방향으로 운전대를 틀었습니다.

국도를 타고 9마일 정도만 더 가면 도착이었습니다. 예상대로 15분 정도 지나니, Clarence 지역이 나왔습니다. 앗, 이곳에 팀홀튼이! 기분이 마구 좋아집니다(^^). 실제로 동네도 (조성된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깨끗했습니다. 환영표지판이 나온 후, 그 길을 따라 계속 달렸습니다. Salt Road를 만나면 우회전 하면 되었지요. 그런데 아무리 달려도 Salt Road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상으로 본 바로는, 벌써 도착하고도 남은 시간이었는데, 20분이 지나도 나올 김새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다른 타운으로 넘어온 듯 했습니다. 마음은 초조해졌습니다. GPS도 없고, 지도책도 없었기에, 완전히 인터넷상으로 본 기억으로만 그리고 제 느낌으로만 방향을 잡아 찾아가야 했습니다.

일단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했습니다. return하기 전, ‘주유소에서 물어볼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제 느낌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Clarence 타운 입구까지 가도록 Salt Road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까 물어보고 올걸?’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러는 사이 벌써 10분이 더 지났습니다. 뒤늦게 주유소에 내려 Clarence Road를 찾는다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점원 왈, “Clarence Center Road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더군요. 분명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 Clarence였는데, 아마도 뒤에 붙은 center를 보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가르쳐 준 대로 길을 갔습니다. 드디어 Clarence Center Road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10205번지를 찾기 시작했지요. 시간은 벌써 40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10205번지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어떡하나? 벌써 후회가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GPS를 가져올걸! 지도책이라도 가져올걸! 처음 길을 잃었을 때, 자세히 물어볼걸!’ 이런 후회 속에도 ‘감사’가 튀어나왔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중얼거리는 순간, 집 앞에서 우편물을 확인하고 있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라서, 그 옆에 차를 세우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분이 정확하게 길을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제가 찾는 교회(Clarence UMC)가 있는 길이 Clarence가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Greiner Road가 아니냐?”고 묻더군요. 하지만 저는 다시 한 번 확신하며 “Clarence가 맞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감사한 것은 Clarence Road로 들어가는 cross road가 Salt Road인 것만은 확실하기에 일단 그 길을 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길을 탄 후 첫 번째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그 길 이름이 Clarence가 아니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첫 번째가 Clarence여야 하는데... 저는 제 머리를 다시 한 번 믿고는 그냥 직진을 했지요. 아니나 다를까, 또 길을 잘못 든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 첫 번째로 난 길로 들어섰습니다. 길 이름을 보니 방금 그 사람이 말한 길 이름 같았습니다. Greiner Road! 그리곤 얼마 후, Clarence UMC에 도착을 했습니다. 정확히 한 시간을 그 작은 동네에서 마음 졸이며 헤맨 것입니다. 그나마 회의는 계속되고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길을 잃은 적이 있는 분들은 제 마음을 이해하실 겁니다. 더욱이 약속시간도 한 시간을 넘겨버렸으니... 모든 것이 “내” 머리와 “내” 느낌을 믿은 결과였습니다. GPS만 있었다면 길을 잘못 들었다가도, “Recalculating”이라고 ‘다그치는’ ‘친절한 GPS 아가씨’의 음성 때문에라도 이내 바른 길로 들어설 수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얼른 붙잡아 길을 물어봤으면 이렇게 늦지는 않았을 겁니다. 모든 것이 “나”를 믿은 결과였지요.

10분, 20분... 50분 시간이 흘러가면서, 저는 그 초조한 상황 속에서 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어찌해야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성경 속에 모든 해답과 지침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내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아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날 주시는 말씀 혹은 내 마음속에 새겨진 말씀들이 떠오른다면, 이렇게 맘고생하며 살아가진 않을 것입니다. 말씀이 생명이 되고, 말씀이 굳건한 반석과 안식이 되며, 말씀 속에 모든 문제의 해답이 있음을 한 시간의 ‘방황’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