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나우엔은 “상처입은 치유자”라는 개념을 통해 상처입은 자와 그 상처를 치유하는 자의 배타적 경계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정의했다. 이 정의는 상처입은 자에게는 복음 안에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치유하는 자에게는 복음 안에서의 상호적 치유를 상징했고 이 두 존재가 결국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7-80년대 한인이 아닌 사람과 국제결혼한 이민 여성들이 겪은 상처는 미국 사회의 인종적 편견, 가정에서 생기는 문화적 불화와 갈등 외에도 같은 민족인 한인들로부터 오는 냉대 등 다양했다. 그 속에서 상처입으며 거칠게 이민 생활을 헤치고 온 그들이 이제는 치유자가 됐다.

시카고 지역에서 이중문화 가정이 가장 많이 모이는 교회를 꼽으라면 남부시카고한인연합감리교회다. 교회의 창립부터 성장, 성전건축까지 교회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존재가 바로 이중문화인들이다. 세월의 모진 풍파 속에서 소나무처럼 강인한 신앙으로 맞서온 그들이 이제는 남을 돕기에 나섰다.

남부시카고교회 이중문화인들은 매월 첫째 주일에 월례회를 연다. 지난 6월 월례회에서 이중문화선교회원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했던 이중문화인 이춘임 성도 돕기에 관한 이야기부터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UMC의 이중문화선교회 전국연합회가 타코마에서 개최하는 평신도 영성훈련 참석에 관한 이야기, 교회 청소년들의 단기선교 후원 및 교회의 식당 봉사 계획까지 논의했다.

“도울 수 없다, 좀 힘들다”는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 않는다. 지난 주일에 바자회를 열어서 생긴 수익금 3천불로 과테말라로 떠나는 유스 단기선교팀을 후원하기로 했고 또 이번 영성훈련에 참석할 사람들에게 후원금도 보태기로 했다. 이춘임 성도를 위해서는 교회에 모금을 독려해 2천5백불을 그녀에게 전달한 바 있다. 경제적 도움만을 주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다. 이중문화선교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이춘임 성도와 만나 힘을 주고 격려하고 있다. 조만간 이춘임 성도를 교회로 초청해 간증을 듣고 기도해 줄 계획도 세웠다. 그리고 남부시카고교회 안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일손이 필요하니 적극 돕기로 했다.

주제도 많고 의견도 많다 보니 다소 시끌벅적하게 회의가 진행된다. 미국사회에서 살아온 여성들답게 영어를 잘할 뿐만 아니라 자기 의견도 강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여론이 결정되면 모두 따른다. 이중문화선교회장 신정옥 집사는 “우리가 좀 이렇게 회의해요. 그래도 모두 가족처럼 사랑하고 믿고 의지해요”라고 덧붙였다.

월례회를 마친 이들은 교회 근처 베이커리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유까지 가질 수 있게 됐다. 상처입은 이들을 치유해 주기 위해 또 다시 뛰려면 이런 작은 여유가 그들에겐 적지 않은 위로와 힘이 된다. 자신들이 가진 이 작은 여유조차 없는 이들을 돕고 사랑할 사명을 하나님이 주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