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가 6년 이상을 돕고 있는 좋은집(前 해관보육원)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부모가 없거나, 경제적인 사정으로 부모와 함께 살수 없는 아이들이 있는 곳입니다. 오래 전 이곳을 알게 되어, 조그만 도움을 주게 되었답니다. 그 도움은 다름 아닌 ‘목욕봉사’입니다. 고학년들은 상관없는데,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의 경우, 대중목욕탕 사용시 보호자가 반드시 동행해야 합니다. 일손이 부족한 보육원 사정상, 어린 아이들의 소원이 ‘목욕탕 가기’가 될 정도였답니다. 저희 내외가 한국을 떠나오면서 이제 그 사역을 조부영 자매(신외교회 청년-아기코끼리 목욕봉사단) 중심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 로체스터에 온 이후부터는 충성목장 모임을 통해 모아진 헌금을 일 년에 두 차례 보내면서 기도로 돕고 있지요. 얼마 전 조부영 자매에게서 이메일이 왔습니다. 목욕봉사 후기를 올린 것입니다. 읽고 잠시 시간을 내어 기도 부탁드립니다.

로체스터 제일교회 여러분 잘 지내시죠~^^ 참 오랜만에 글을 남깁니다. 올해 벌써 세 번째 목욕봉사를 다녀왔어요. 목욕봉사 후기입니다.

매번 갈 때마다 봉사자가 없었는데, 올해 첫 두 번의 방문은 인원이 많아져서 약간 어수선했었다. 그런데 5월이 되면서 많이 바빠졌나 보다. 봉사 간다고 전체 메시지를 보내도 간다는 분은 몇 분 안 되었다. 항상 여자가 많아서 목욕탕이 복잡했었는데, 이번엔 모두 바쁘시다고 해서 남자 두 명, 여자 세 명만이 가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좋은집”엔 여자 다섯 명이 간다고 이미 연락을 해두었다는 것이다. 가기로 하신 두 분이 갑자기 못 가신다고 해서,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여자 아이 두 명은 빼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좋은집에서 먼저 “괜찮으시다면 (원래 안전상 어른 한명에 아이 한명밖에 데리고 나갈 수가 없었다.) 다섯 명을 모두 데려가시면 안 되냐”고 제안해 오셨다. 그 제안에 우린 흔쾌히 좋다고 말씀드리고, 아이들을 총 7명 데리고 나왔다. 남자 어른 두 명에 아이 두 명, 여자 어른 세 명에 아이 다섯 명... 항상 나오던 아이들이라 이젠 제법 장난도 치고, 친구 같다.
목욕탕엘 가면(남탕은 잘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항상 색안경을 끼고 우리들을 바라본다. 그러다 조금이라도 우리 아이들 목소리가 크다 싶으면 한마디씩 한다. 우리가 물을 써도 뭐라 하고, 아이들이 약간의 장난을 쳐도 곧바로 소리를 지르며 주의를 준다. 그래서 매번 목욕탕을 바꾸고 싶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그곳으로 가게 된다. 이번에도 아이들을 먼저 비누로 씻겨서 탕속으로 보냈는데, 아이들보고 머리를 감고 오라고 혼을 내셔서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우리에게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머리를 감기고 탕속에 들여보냈더니, 이번에는 물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향해 어떤 분이 시끄럽다며 또 다시 꾸중을 하셨나보다.

그런데 손님 중 한분이 우리가 봉사 온 것을 아시고 이것저것 물으시더니, 아이들에게 시끄럽다고 꾸중하는 분에게 "그러는 언니가 더 시끄러워~"라며 아이들을 편을 들어 주셨다. 그러자 그분은 아무 말도 못하시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아이들이 예쁘다고 음료수를 사주시며, 편하게 놀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그 동네 분이었던 것 같다. 우린 그분 덕분에 맘 편하게 목욕을 하고, 아이들도 목욕 다 할 때까지 주의를 안 받고 목욕을 하고 나올 수가 있었다. (우와~아줌마들 말발 정말 세다는 걸 다시금 느꼈지요...ㅎㅎ)

나와서 옷을 입는데, 그분이 또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주시면서, 당신도 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전엔 비산동 근처로 봉사를 다녔었는데, 그동안 바빠서 못하셨다면서 좋은집을 한번 방문하시겠다고 하셨다. 매번 갈 때마다 매점 아주머니께서 구운 달걀을 아이들에게 두개씩이나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셔서 목욕하면서 받았던 서러움을 녹일 수 있었는데, 이번엔 그분의 말 한마디로 인해 목욕하고 나올 때까지 마음이 뿌듯했다.

이번에 동참한 남자 두 명은 한설이(부영자매의 남동생)와 한설이 친구 선호였다. 선호도 한설이와 함께 이벤트를 하는 친구라 매번 아이들에게 간단한 마술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이 얻었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마술을 보여 달라는 말에 좋은집에 도착해서 아이들에게 잠깐 여러 가지 마술을 보여주며, 아이들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선호는 여자 친구와 함께 올해부터 동참했는데, 참 열심히 한다. 이번엔 여자 친구(용옥씨)가 일이 있어서 못 왔지만, 올 때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렇게 올해 세 번째 방문을 마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자면, 우리도 화를 낼 수 있고 얼마든지 목욕탕에서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일 하러 와서 웃는 모습만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 참고 있는 이런 우리 마음을 주님이 아시고, ‘그분’을 예비해 두셨다는 생각이 든다. 주님 감사합니다....~^V^~

P.S :마술을 할 때 구경 온 아이 중에 군재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군재가 일곱 살 때 처음 봤는데, 벌써 초등학교 4학년이 됐다네요~ 이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처음 만났을 때 생각이 가끔 나곤 합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이전에 만났던 아이들을 어쩌다 마주치게 되면 훌쩍 커버린 모습에 감탄사 밖에 안 나옵니다.ㅋㅋ 이렇게 5월의 따스한 토요일 오후에,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사랑을 전하고 왔습니다. 제일 교회 여러분들의 기도와 후원이 참 많이 힘이 된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