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기독교계를 뒤흔들었던 영화 <다빈치 코드>의 속편 격인 영화 <천사와 악마>가 최근 미국에서 개봉됐다. 영화 <다빈치 코드>가 그랬듯이, 영화 <천사의 악마>도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를 영화화 한 것이다. 영화 <천사와 악마>는 과학과 종교의 대결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기독교의 근간에 도전했던<다빈치 코드>만큼의 수위는 아니지만 <천사와 악마>는 여전히 가톨릭계와 마찰을 빚으며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영화는 세계 최대의 과학연구소 ‘CERN’(유럽 원자핵 공동 연구소)에서 우주 탄생을 재현하는 빅뱅실험으로부터 시작된다. 물리학자 비토리아(아예렛 주어)와 동료 실바노는 빅뱅 실험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원인 반물질 개발에 성공하지만 실바노가 살해당하고 반물질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편,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교황청으로부터 의문의 사건과 관련된 암호해독을 의뢰받는다.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고대의식은 콘클라베가 집행되기 전, 가장 유력한 4명의 교황후보가 납치되고 교황청에 일루미나티의 상징인 앰비그램이 나타난 것.

5백 년 만에 부활한 일루미나티는 4명의 교황 후보를 한 시간에 한 명씩 살해하고 마지막에는 CERN에서 탈취한 반물질로 바티칸을 폭파시킬 것이라며 가톨릭 교회를 위협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로마 바티칸에 도착한 로버트 랭던과 비토리아는 곳곳에 숨겨진 일루미나티의 단서를 파헤치며 그들의 근거지로 향하는 ‘계몽의 길’ 추적에 나선다.

영화는 스펙타클한 영상과 볼거리, 서스펜스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하지만 몇 가지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영화에서 ‘일루미나티’라는 단체는 “지구가 돈다”고 주장해 종교 재판을 받았던 갈릴레오, 코페르니쿠스 등 18세기 과학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던 과학자들이 모여 결성했으나 가톨릭 교회의 탄압에 의해 사라진 비밀결사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베스트셀러 원작자인 댄 브라운의 설명일 뿐, 역사적으로 부정확하다. 미국가톨릭연맹 회장인 빌 도나휴((Bill Donohue)는 공개성명을 통해 “일루미나티가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가정은 명백한 거짓이며 교황청에 의해 잔인하게 탄압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루미나티는 계시를 받았다고 자칭하는 ‘광명파’라는 가톨릭의 각종 비밀 결사 및 신비 교파에 불과하다는 것.

일루미나티는 1776년 창설됐고, 1787년 해산돼 1647년과 1680년에 이미 사망한 갈릴레오와 베르니니는 이 단체와 아무 연관성이 없지만 영화에는 이들 두 인물이 일루미나티에 소속된 것으로 나온다. 교황청 역시 기관지를 통해 이러한 가정에 대해 관객이 오해할 만한 역사적 부정확성이라고 지적하며 교황청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에 대해 “건방진 스토리 라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영화적 설정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불분명한 ‘팩션’의 형태를 취하며 관객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 한편으로는 종교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대중문화가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