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말 한국에는 탈북자 1만 5천 명이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도 난민 지위를 받아 입국한 탈북자가 80명(2009년 4월 말 현재)이 됐고, 불법체류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들어온 탈북자가 2백여 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대개 상상하기 힘든 어려운 경로를 거쳐 자유세계에 정착했습니다. 언제 체포될 지 모를 불안한 상황의 연속, 중국의 두메 산골에 인신매매로 팔려가 노예처럼 살았던 여성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분들을 섬길 때 꼭 필요한 자세들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 지침서를 소개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탈북자를 돕다가 오히려 탈북자에 대한 원망과 분노만 갖고 돌아선 분들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잘 알고 다가서기를 원합니다.

문: 만나면서 탈북자의 가족과 배경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물어봐도 되나요?
답: 가족 이야기는 가급적 삼가시기 바랍니다. 본인이 편안해지면 자연스레 얘기를 꺼냅니다. 탈북자들은 저마다 아픈 사연들이 있고 또 일부는 말 못할 사연들도 적지 않습니다. 가족에 대한 구체적 질문이 상대를 경직시킬 수 있습니다. 많은 질문보다는 편안하게 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화적인 좋을 것 같습니다. 고향의 음식이나 과거 풍습 등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개인적이지 않기 때문에 기쁘게 대답할 것입니다. 대화를 시작하는 부분이 어렵지 일단 시작하면 탈북자 분들의 얘기가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문: 탈북자들에게 하나하나 챙겨주고 보는 것마다 다 가르쳐주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저를 피합니다.
답: 가르쳐주려는 태도가 오히려 수직적 시각으로 잘못 전달될 때가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자라온 환경에 관계없이 자존심이 대개 높습니다. 남한처럼 미제에 허리 숙이지 않고 민족적 자부심을 지켰다는 교육 속에 자란 배경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만나서 그냥 편안하게 대하세요.

예를 들어 식당에 함께 가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상대가 미국 문화를 모른다고 다 설명하듯 가르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자신의 눈높이를 낮춰서 탈북자처럼 잘 모른다고 가정하고 함께 어떤 음식을 주문할 것인지 찾는 방법이 상대를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아는 척 하기 보다 겸손히 때로는 촌사람처럼 대하는게 상대를 더 편안하게 합니다. 늘 같은 수준에서 함께 시도한다는 자세로 하면 좋을 것입니다.

문: 사정을 들어보니 너무 안타까워 금전적으로 도움을 줬는데 자꾸 더 바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 부탁을 계속합니다.
답: 탈북자들의 예기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슬픈 사연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중국에서 브로커를 이용했다면 갚을 빚을 도와주고 싶고 북한의 가족들을 데려오고 싶다고 하면 구출비를 지원해 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 나이라 친구임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금전 문제는 자칫 폭력 혹은 법적 문제로 확산될 때도 있습니다. 이미 미국 안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물질적, 금전적 지원은 꼭 필요할 때 도와주세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오히려 옆에서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문: 바빠서 과거보다 연락을 자주 못했는데 삐친 것 같기도 하고 말투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답: 탈북자들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 도와주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가 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처음에 함께 만나 밥도 사주고 반찬도 챙겨주고 필요한 물품도 사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느슨해집니다. 탈북자는 이럴 때 자신을 무시하거나 자신이 싫어진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일단 오해가 들어가면 물리적 충돌로까지 확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 확 뜨겁다가 식어지는 것 보다 균형을 지키며 일관적으로 접촉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속>

자료제공: 윌리엄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