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교계가 스리랑카 정부의 타밀 반군(LTTE) 잔당 소탕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간인 피해에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 4월 30일 인도 뉴델리에서는 수백명 가량의 인도 교계 지도자들과 인권 운동가들, 타밀족 지지자들이 모여 스리랑카 정부를 규탄하고 무고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인권을위한에큐메니칼기독교포럼(ECFHR)이 주최한 이 집회에는 인도복음주의협의회(EFI)와 인도교회협의회(NCCI), 인도가톨릭주교회의(CBCI) 등 인도의 주요 교계 단체들이 참여해 스리랑카 정부의 계속된 군사 공격으로 민간인들까지 대량학살의 위협에 처해 있음을 강조하고, 국제사회가 나서 스리랑카 정부의 휴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리랑카 정부군이 타밀 반군 잔당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는 스리랑카 북부 안전지대에는 현재 5만여 명 가량의 민간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안전지대에 갇힌 민간인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타밀 반군측은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함과 동시에 구호 요원들이 이 지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스리랑카 정부측에 휴전을 제의했으나, 스리랑카 정부는 이를 거절하고 약 1천 명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반군 세력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

ECFHR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3천여 명 이상의 민간인이 스리랑카 정부군의 화학탄 및 집속탄 투하,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제바말라이 라자 예수회 신부는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군사 공격을 최소화하겠다던 스리랑카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고 무차별적이고 고의적인 학살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며 “인도 교회는 스리랑카 정부에 반대하고 고통받고 있는 민간인들과 같은 편에 서 있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 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고 밝혔다.

앞서 인도 북부 만두라이에서도 같은 시위를 개최했던 ECFHR의 빈센트 M. 콘세사오 대주교는 “무고한 사람들이 그들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으며 극심한 상처를 입었다”며 “이들 모두가 음식과 물의 부족, 약품 및 의료 서비스와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의 부재로 고통받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스리랑카에 지속적인 평화를 이룩할 수 있도록 정치적 협상을 전개해 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안전지대 내 민간인의 피해 상황과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조사팀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주요 권력을 독점한 다수 불교계인 싱할리족(75%)과 소수 힌두계인 타밀족(18%)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아 왔다. 싱할리족 정부의 차별정책 아래 희생되어 온 타밀족은 1965년부터 분리운동을 전개해 왔으며, 1983년 싱할리족에 의한 타밀족 학살을 계기로 반군 조직인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가 중심이 된 반정부 투쟁에 나섰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내전의 양상을 띠게 된 정부군 대 반군 간의 유혈 분쟁은 지난 26년 간 이어지며 현재까지 7만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한편 스리랑카 정부를 유럽연합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데이비드 밀리반드 영국 외무장관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스리랑카 정부가 반군측 휴전 제의를 수용하도록 설득에 힘썼지만 아무런 성과도 얻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정부는 반군 소탕 과정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내부적인 문제로 간섭의 대상이 아니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