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애틀랜타 한인회의 다양한 활동들

애틀랜타 한인회는 미국 어떤 도시의 한인회보다 한인들의 지지를 많이 받아서 비교적 순조롭게 운영되었다. 이것은 애틀랜타 한인회 임원을 덕망이 있는 분들이 맡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또한 애틀랜타 한인들이 다른 어떤 미국 도시의 한인들보다도 교양있는 한인들이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마도 애틀랜타 한인회가 미국의 다른 대도시에 조직되어 있는 어떤 한인회보다도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한인회 임원들은 한인회 업무가 고달프더라도 한인 사회에 봉사한다는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하였다. 아쉬움이 있다면 한인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 의식이라 하겠다. 그러나 다른 지역 한인들에게 비하여 애틀랜타 한인들은 한인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동참한 편이었다. 이 절에서는 애틀랜타 한인회 활동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몇가지 사례를 들어 자세히 기술하였다.

(1) 애틀랜타 한인회가 주최하는 야유회 및 체육대회

애틀랜타 한인회 야유회가 1977년 5월 15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애틀랜타 서남쪽 20마일 떨어진 인디안 레이크에서 약 1,000명의 한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송준희 이사장의 사회로 열렸다. 김창명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오명호 총영사의 축사로 시작된 이 한인회 야유회는 마침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훈훈한 바람이 불어와 배구 대회, 줄다리기 대회, 씨름 대회(이 대회의 일등상 황소는 이광명 씨가 증정하였다), 어린이 게임, 노래 자랑 등 다채로운 순서로 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당시 한인 야유회에 참가한 한인의 수는 한인회가 창설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개최된 야유회 중에서 가장 많은 규모였다고 본다.

대한체육회장배 쟁탈 배구대회는 13개 팀이 참가하여 불 뿜는 각축전을 벌였는 데, 우승은 애틀랜타 안식일 교회, 준우승은 애틀랜타 감리교회, 그리고 3위는 한인상조회가 각각 차지하였다. 이어 벌어진 줄다리기 대회는 애틀랜타 한인교회가 우승을 차지하였으며, 최홍식 무역관장의 심판으로 진행된 씨름 대회에서 우승은 홍순구 씨 그리고 준우승은 남택호 씨가 각각 차지하였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 였던 노래 자랑에서 1등은 나윤숙 씨, 2등은 김명숙 씨, 그리고 3등은 기현숙 할머니가 각각 차지하였다.

복권 추첨에서는 송준양 씨가 한국 왕복 비행기표(송 여행사 제공)를 차지하였고, 이보훈 씨가 대형 텔레비전(김창명 외과 제공)을 차지하였다. 이 날 야유회에서는 전직 한인회장 강석영 씨와 이사장 신영교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하였다. 그리고 애덴스에서 온 24명의 학생이 각종 경기에 참가하였다.

(2) 일요일에 개최하는 한인회 행사로 왈가왈부

토요일에 사업을 하는 한인들이 많기 때문에 애틀랜타 한인회에서는 한인 야유회나 체육 대회 등의 행사를 일요일에 개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교회협의회 측은 주일에는 교회 행사만 개최할 수 있지 한인회 행사는 참여할 수 없다고 결의함으로써 한인회와 교회협의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렇다고 한인회에서는 토요일에 한인회 행사를 개최하더라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토요일에 한인회 행사를 개최할 수도 없었다. 1981년 4월 21일 발행한 한국일보 애틀랜타 지국(지국장 김학규)의 보도 기사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1981년 4월 26일(일요일) 오전 11시에 실시하는 애틀랜타 한인회 주최 경로 잔치와 춘계 야유회를 계기로 이 지역 교회협의회(회장 박성용 목사)는 지난 2월에 결정한 “교회협의회 산하 교회는 일요일에는 교회 행사만 한다.”는 결의를 재확인하였다. 그동안 한인회와 교회협의회 간에 일요일에 개최하는 한인회 행사 문제로 많은 말들이 오고간 가운데 춘계 야유회 문제가 다시 대두되었다. 교회 이름을 걸고는 한인회 행사에 나갈 수 없다는 말이 한인 사회에 퍼지자, 춘계 야유회 행사를 1주일 앞두고 한국일보 애틀랜타 지국(지국장 김학규)에 사실 유무를 확인하는 전화가 쇄도하였다.

이에 한국일보 지국에서는 애틀랜타 교회협의회 회장 박성용 목사와 몇 명의 교회협의회 관계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26일 행사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을 한인회 행사에도 주일에 개최하는 경우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천명하였다. 이에 대해 애틀랜타 한인회 14년의 역사 동안 거의가 일요일에 행사를 치러왔는 데, 유독 올해 들어 반대하는 이유를 묻는 일부 한인들의 반발에 박성용 교회협의회 회장은 “미주 지역의 다른 대도시에도 주일에는 교회 행사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도 이제는 주일에는 교회 행사만 할 때도 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성용 목사는 본보 김학규 지국장과의 통화에서 일요일 행사 문제에 대해 교회는 교회가 지킬 일이 있고 한인회는 한인회가 지킬 일이 있다고 하면서 상호의 권한을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자유주의 원칙론을 말하고, 한인회는 소신껏 하라고 하는 개인 사견을 말해 주어 정도를 걷는 목사란 평을 받았다.

한편 박선근 회장은 이번 행사에 좀 더 많은 한인들이 참여함으로써 한인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일요일에 한인회 행사를 개최하기로 한 것 뿐이라고 밝히면서 교회 시간을 참작하여 배구 대회나 줄다리기 등의 등록을 오후 1시까지 늦추겠다고 일보 양보하는 자세를 취하였다.

(3)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국제기능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을 지원

1981년 6월 14일부터 국제 기능 올림픽이 애틀랜타에서 개최되었다. 애틀랜타 한인회(회장 박선근)는 국제 기능 올림픽 환영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여 체계적으로 한국 선수단을 환영하였다. 그리고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기 위해 애틀랜타 한인회의 박선근 회장, 이규종 총무, 한만희 이사, 김광익 이사 등은 생업을 전폐하고 2~3일 이상씩 시간을 내어 훈련을 도왔다. 다음은 당시 한인회에서 언론보도를 위해 작성한 문안이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애틀랜타에서 1981년 6월 11일부터 열리게 될 제 26회 국제 기능 올림픽 대회에 우리나라 대표 선수단이 참가하여 세계의 기술과 경쟁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애틀랜타 지역에 사는 우리 교민들은 우리가 사는 곳에서 시행되는 동 대회에서 우리들의 건아들이 종합 우승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3연승의 영광을 우리들의 조국이 차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공항 환영, 경기 응원, 한국 음식 제공, 통역 활동, 만찬회 개최, 경기 후 교민과 친선 배구 경기 시행, 관광 안내 등입니다. 특히 참가 선수들의 사기 양양을 위한 활동이 중점적으로 실천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바쁘신 중이겠으나, 도착하는 날 밤인 6월 10일 오후 7시에 동원식당(한기대 씨 운영)에서 베풀어질 만찬회(회비 1인당 20달러, 부부 30달러)에 많이 참석해 주시고 특히 도착시간(6월 10일 새벽 5시 15분)에 맞추어 많은 분들이 공항까지 나와 주시는 성의를 베풀어 주십시오.

각계 인사와 한인회 임원들이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수고해 주시겠지만 힘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다망하신 중이라고, 조국에 돌아갈 영광을 깊이 배려하시고 적극 참여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4) 대한항공 민간 항공기 피격 사건을 규탄하는 궐기 대회 개최

1983년 8월 13일 소련 전투기에 의해 대한항공 747제트 점보여객기가 비행 중 격추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희생된 승객 가운데는 조지아 출신 연방하원의원 래리 맥도날드 씨(제 7지구 민주당)가 포함되어 있어 애틀랜타 언론 기관들은 일제히 소련의 야만적 행위를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경악과 분노를 표시하였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개별 도시별로 궐기 대회를 열고 소련의 비인도적 처사를 규탄하였다. 애틀랜타 한인회 이준남 한인회장과 박선근 전 회장이 주관하여 1983년 9월 4일 오후 5시 다운타운에 있는 센추럴 파크에서 한인 3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소련 전투기에 의한 대한항공 민간 항공기 피격 사건에 대한 살인 만행 규탄 궐기 대회를 가졌다.

이날 오후 4시부터 모이기 시작한 데모 군중들은 머리에 흰 끈을 동여맨 채 태극기와 성조기를 앞에 세우고 이준남 한인회장과 박선근 전 회장의 지휘 아래 비교적 질서 정연하게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는 “U.S.S.R. You Killed Our Family.” 등 각종 구호와 피켓이 동원되었다. 오후 5시부터는 미국인 50여 명이 희생된 민주당 소속 조지아 출신 맥도날드 하원의원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고 합세하였다. 데모 군중들은 결의문을 채택한 후, 유엔 사무총장, 레이건 미국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낭독하고 7개의 소련 국기를 꺼내 화형식을 가졌다.

여기에 부연하고 싶은, 잊지 못할 한 장면을 기록하고자 한다. 소련 국기 화형식에 앞서 Ponce De Leon가에서 한국관(Mirror Of Korea)을 경영하고 있는 송기룡 씨가 갑자기 군중을 헤치고 뛰어나와 소련 국기를 발기발기 찢으며 쌓였던 울분과 오열을 토하였다. 이 장면은 시위에 참여한 한인 군중과 미국인 시위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숙연하면서도 더욱 울분을 자아내게 하는 한 장면이었다. 바로 이 장면을 미 언론들은 앞다투어 취재하여 크게 보도하였다. 이 날 소련을 규탄하는 궐기 대회는 이 지역의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 지, NBC TV, ABC TV, CBS TV 등이 취재하여 방영하였따. 미 전역과 세계를 커버하는 CNN도 ABC방송을 받아 연 이틀간 방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