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다. 한국교회는 지난 한 해 ‘교회의 신뢰회복’이라는 화두를 놓고 다방면에서 적지 않은 수고와 희생을 해왔다. 특히 죽음의 빛이 드리웠던 태안 앞바다에서 보인 눈물의 헌신은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감동을 안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내적으로 교단 지도자들 사이의 갈등과 각종 분쟁, 기독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외적으로 방송사의 신성모독, 종교편향 논란, 경제위기 등에 시달렸다.

이같은 문제들은 2009년 새해에도 과제로 남아, 한국교회의 자성과 헌신, 그리고 결단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교회 지도자 3인을 각각 만나 대담을 통해 한국교회의 지나온 길을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올해 신년대담에서는 평양대부흥의 진원지인 장대현교회 전도사 출신으로, 올해로 99세를 맞은 한국교회 역사의 산 증인 방지일 목사(영등포교회 원로), 세계복음주의연맹(WEA) 회장으로 한국교회의 국제적 위상을 높인 김상복 목사(할렐루야교회),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부회장이자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증경총회장으로 한국교회 연합사업에 앞장서 온 이정익 목사를 차례로 만났다.

[대담=류재광 국장, 정리=송경호 기자, 사진=송경호 기자]

▲김상복 목사는 목회자가 재정권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고 명예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신뢰도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맨 먼저 “교회 재정의 투명성 확립”을 꼽은 김상복 목사는, 차분히 국내외 현안들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김상복 목사는 종교간 상호 존중과 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교회가 국제적 활동에 뒤처져 있다며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협력의 필요성과 세계의 현안을 위한 기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상복 목사와의 대담 내용.

“교회 재정, 목회자 맘대로 하려 해서는 안돼”

-지난 한 해 한국교회의 가장 큰 화두 중의 하나는 ‘교회의 신뢰 회복’이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18.4%만이 “한국교회를 신뢰한다”고 답하는 등 교회의 신뢰도가 심각하게 떨어져 있는 상황인데 이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는 교회 재정의 투명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목회자의 재정권을 축소시켜야 합니다. 목회자는 기도와 말씀에만 전념해야 하고 재정은 장로와 집사 등 담당자가 맡아서 관리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이를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 교회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교회 재정권은 당회와 제직회에서 결의한 예산안의 범위 안에서 집행해야 합니다. 지금껏 발생해온 교회 재정 문제는 다 그것을 지키지 않은 데서 발생한 것입니다. 어떠한 예산이든 정해진 절차를 지켜야 합니다.

두번째는 명예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교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모 교단 지도자들의 문제도 결국 명예심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봅니다. 겸손하게 하나님께서 섬길 기회를 주시면 섬기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하려고 하기에 부정선거의 문제도 생기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언행일치, 신앙의 생활화입니다. 주일과 주중에 동일한 신앙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번째는 타 종교에 대한 관용과 겸손입니다. 타 종교와의 대화에서 온유와 존경을 가져야 합니다. 기독교 진리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을 강조하셨는데 이명박 대통령 취임 뒤 불거졌던 종교편향 논란에 대한 견해는 어떠하신지요. 이 문제를 두고 한때 수만 규모의 범불교도대회가 열리는 등 갈등이 크게 표출됐었습니다만…….

“언론에 보도된 인용구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몇몇 목회자와 기독 공직자들의 언행에는 분명 상대 종교인들에게 모멸감을 줄 수 있었습니다. 타 종교와의 관계는 극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교계가 좀 과민반응을 한 면도 있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에 편향적인 정책이나 행정적 조치를 취했다면 종교편향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일들이 사실상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서울시 봉헌 발언’ 등과 같은 과거의 일들로 인해 과민반응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종교는 상호존중하되 개인 신앙은 존중해줘야”

▲김 목사는 타 종교의 눈치를 보며 신앙고백을 모호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 송경호 기자
-그렇다면 종교간 화합을 위한 교회의 역할은 무엇이고, 다원화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신앙 표현은 어느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종교와 종교는 상호존중해야지 불필요하게 서로를 폄훼하거나 피해를 주는 일은 있어선 안됩니다. 베드로 사도의 말처럼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예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벧전 3:15 中)’ 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두려움’은 존경입니다. 언제나 온유와 존경심을 갖고 타 종교와 대화하고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기독교 진리는 유지하되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는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북관계와 같은 일이 그렇습니다. 특히 대사회적으로 국가와 민족에 도움이 되는 일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이 타 종교와의 대사회적 협력 때문에 신앙고백을 모호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또 상대방의 ‘개인적 신앙’은 적극적으로 보호, 보장해 줘야 합니다.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그간 종교편향 논란과 관련한 몇몇 루머 중 이미 ‘오보’로 드러난 뒤에도 반복해서 비판의 소재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같은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은 ‘장로 대통령’의 탄생이었다는 점에서 기독교 혹은 교회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란도 불러왔습니다. 여기에 기독당이 총선에 도전하면서 이같은 논란은 더욱 불이 붙었었는데요,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장로라서 당선된 것이 아니라 좋은 후보였기 때문에 당선된 것입니다. 그리고 기독당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습니다. 준비가 잘 되지 않았고 어설펐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기독교의 이름을 내걸고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합니다. 하지만 기독교 가치관에 위배되는 정치적 이슈가 생긴다면 문제가 달라질 것입니다. 반인류·반국가·반기독교적 법안이 상정된다거나 정책이 시행된다면 교회도 나서 막아야 할 것입니다.

또 기독교인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또 국민으로서의 의무도 적극적으로 다해야 합니다. 저희 교회에서는 선거 때마다 투표 참여 캠페인을 하고 투표 여부를 조사하는데, 이를 꾸준히 해왔더니 교인들 중 투표 참여자가 98%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기독교의 정치참여가 훨씬 광범위하지 않은가요. 그 예로 기독당이 있는 국가들도 많고, 지난 미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는 목회자 출신 후보가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서구는 기독교 문화가 기반이 된 사회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우리나라도 서구와 같이 기독교 가치관이 깊이 뿌리내리고, 기독당이 그같은 상황에서 국가에 더 큰 유익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고려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김 목사는 WEA 회장으로서 국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 송경호 기자
-오바마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사회에 큰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오바마 당선에 대한 미국 교계의 반응은 어떠한지요.

“미국 복음주의자들은 대통령 선거 전까지만 해도 오바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습니다. 대략 75% 정도가 오바마를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당선 후에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문화 자체가 일단 당선되면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기회를 줍니다. 그것이 미국이라는 사회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한국은 아직도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다수가 뽑았으면 소신껏 일하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이런 훈련이 너무 부족합니다. 무조건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흑백논리만이 있습니다.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성경적인 것입니다. 우리도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늘 그분을 위해 기도했었습니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오바마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정립해나가야 할까요.

“오바마가 잘 되고 미국이 잘 되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세계가 편안합니다. 이번 경제 위기만 봐도 미국이 흔들리니 세계가 흔들리지 않습니까. 특히 한국은 미국 의존도가 높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경제 어려울수록 구제 신경쓰고 내면 가꾸자”

-말씀하신대로 세계적으로 경제위기가 심각하고 이로 인해 선교도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 위기에 선교에 미치는 영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환율 때문에 선교비가 줄어드니 당장 선교가 위축되는 조짐들이 보입니다. 또 선교사만이 아니라 한국의 교회와 교인들의 경제사정도 악화되고 있습니다. 미국도 헌금이 예년에 비해 20% 정도 줄었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모두가 예산을 긴축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재정을 효과적으로 쓰는 훈련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 이럴 때일수록 구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또 영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내면을 가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자기 분야에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일해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WEA(세계복음주의연맹) 회장에 피선되셨는데 이후 한국교회와 WEA의 관계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는지요.

“한국이 세계선교에 있어 중요한 국가인데 안타깝게도 그동안 국제적 기독교 기구에 공식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기총이 마땅히 WEA에 들어가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습니다. 결국 국제적 기구라 하면 WEA, WCC, 가톨릭 뿐인데 이 중 한기총이 참여하기에 가장 알맞은 곳은 WEA입니다. 이미 한기총에서는 가입원서가 다 준비된 것으로 알고 있고, 되도록이면 현 대표회장 임기 내에 마무리지을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대북지원에 대한 여론이 분분합니다. 한국교회가 바람직한 통일과 북한 선교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북지원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까요.

“북한 내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의 선택권이 많지 않습니다. 북한의 체제 자체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저 줄 수밖에 없지요. 많이만 보내면 누군가 배고픈 사람이 먹지 않겠나, 없는 나라이니 돕다보면 몇 사람이라도 감사함을 알게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교회도 정부도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 하는 것이 통일을 위해서도, 그 이후를 위해서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새해 한국교회에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으시다면.

“먼저는 구제에 힘쓰고, 둘째로 기도를 활성화하여 내면을 강화해야 합니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전도의 기회는 더 많아집니다. 하나님 안에서 삶의 안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지금 그러한 상황입니다. 어려울 때 더 전하고 기도해서 교회 성장의 계기를 삼아야 합니다.

세번째로 국제적인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WEA 총회 때도 한국인들의 참여가 제일 뒤처져 있다는 것이 가슴아팠습니다. 또 한국교회가 기도를 열심히 하지만 세계의 현안을 위한 기도제목, 예를 들면 이라크의 평화, 소말리아의 기근 등을 위해서도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2009년이 한국교회에 성화와 성숙의 해가 되길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더 성숙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