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 법’ 통과 환영모임 열려

2008년 6월 13일 공포돼 오는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을 환영하는 모임이 지난 14일 오후 6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선한 사마리아인 법이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로 선한 의지를 가지고 응급상황에 있는 자를 구제하다가 해당 환자의 사상 등 의도하지 않은 불의의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정상참작이나 면책을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이 법이 선한 사마리아인 법으로 불리는 이유는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법 개정 이전에는 선한 의도로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다가 본의 아니게 과실을 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종사자가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들의 응급환자 구조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고, 신속한 구호가 가장 절실한 응급환자들의 생존률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이날 환영 모임에는 선한 사마리아인 법 제정을 위해 애썼던 공로자들이 자리를 함께해 기쁨을 나눴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형오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인데, 아직 우리나라는 필요한 때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생명과 신체상 중대한 피해를 입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법의 취지가 잘 알려져 살 사람이 죽지 않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대한민국으로 바꿔 나가자”고 말했다. 또 손인웅 목사(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는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경제는 발전했지만 생명 존중과 복지는 많이 미흡한 편”이라며 “천하보다 귀한생명을 구하는 이 법이 제정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응급환자 보고도 모른 체 하는 국민들

법 제정으로 적극적인 인명구조 활동이 가능해졌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일반인들의 응급구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심폐소생술 등 응급구조 행위가 가능한 사람들의 숫자도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이날 김정규 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 이사장이 밝힌 것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응급환자 소생률(심정지환자)은 2.5%에 불과해 43%에 달하는 선진국의 6%에 불과하다. 응급환자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심폐소생술 시행률도 5%에 불과, 50%에 달하는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예방 가능한 외상 응급환자의 사망률도 40%에 육박해 선진국의 10% 내외보다 크게 높은 실정.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매달 살릴 수 있는 2백명의 사람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김 이사장은 이를 “생명존중 의식의 결핍”이라 규정하고 심폐소생술 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은 심정지환자 중 45%가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5%의 심폐소생술도 거의 가족들에게만 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선한 사마리아인 의식’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도 “서울시민 10명 중 5명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지만 자세한 방법을 숙지하고 있는 사람은 20%밖에 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본 경험자는 3.7%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며 응급구호의 체계적인 교육과 제도화가 확립돼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법 제정에 공헌한 안명옥·김덕규 전 의원과 유인술(충남대 의대)·주호노(경희대 법대) 교수, 보건복지가족부 응급의료정책담당관 등에게 공로패가 주어졌으며, 대한응급구조사협회 소속회원들이 응급처치상황을 알기 쉽게 표현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