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을 한 단어로 정의 내린다면 바로 고난이다. 고향을 떠나 낯설고 낯선 이방의 땅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야 하는 이민자들의 인생. 이러한 인생은 쓰라림과 상처, 고난 그 자체였다. 디아스포라의 역사는 고난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고난을 수용하고 극복, 승리했는가에 대한 가슴 절절한 승리의 개가이다.”

시드니우리교회 홍길복 목사가 호주 한인 50년 심포지움에서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이자 디아스포라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고난’을 제시했다. 홍길복 목사는 일평생 시드니에서 선교를 해온, 호주 한인교회뿐 아니라 이민 역사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그는 “모든 것이 개별적이고 독립적이라 하더라도 모든 현상의 이면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며 “다양한 이민자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낯선 땅에서의 정착과 낯선 문화를 수용하는 가운데 겪어야만 하는 고난이란 공통분모가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전세계에는 약 6백만명의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있으며, 이들은 가난과 좌절, 눈물을 이겨내고 희망과 성공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홍 목사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옮겨 심은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는 것이 디아스포라들의 정체성이자 공통점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호주-아시아 디아스포라 연구원(원장 양명득 목사)과 찰스스터트대학 상황과 신학위원회은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호주연합신학대학(16 Masons Dr. North Parramatta)에서 ‘호주 한인 50년- 그 역사와 의미를 찾아서’란 주제로 호주 한인 50년 심포지움이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시드니우리교회 홍길복 목사, 멜번 Monash University 한길수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호주 한인교회의 정체성에 관한 고찰’, ‘디아스포라 코리안의 좌절과 희망’이란 제목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15일 홍길복 목사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멈춰진 자들이 아닌 삶의 자리를 바꿔가며 삶의 지평을 넓혀가는 이들”이라고 제시하며, “언제나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흩어지는 것이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이자 본질이라면, 본토 친척 아비의 집을 떠난 아브라함과 이방의 각 도시로 흩어졌던 초기 기독교인처럼 떠나고 흩어지는 삶 자체가 선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히 홍 목사는 디아스포라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조명하면서, 기원후 1세기부터 21세기까지 디아스포라 크리스천들의 모습은 끊임없는 고난의 행진이었다고 말했다. 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초점이 십자가와 고난이었다면,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따라 살았던 디아스포라 크리스천들의 삶도 핍박과 고난, 죽음의 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고난의 한 가운데에 고난의 주인이 되시는 하나님이 계신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고난이 지난 후에는 승리의 역사가 있음을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홍 목사는 “이민사회의 역사를 이해하는 노력들 가운데, 고난이 내재되어 있는 진리와 사랑의 이야기들이 많이 발표되길 원한다”며 “고난을 분석하고 학문적으로 정립하기 보다 시와 노래, 체험적인 글쓰기를 통해 정리되고 다듬어진다면, 여러 얼굴을 띠고 있는 디아스포라의 모습이 보다 더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멜번 모나쉬대학 한길수 교수는 둘째 날 ‘호주 한인교회는 어디로?-내 잔이 넘치나이다’란 발표를 통해, 서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해하는 관계가 호주 한인사회, 교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님께서는 연합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주실 것이며, 내 잔이 넘쳐 나누어 주는 신앙과 삶을 통해 한인사회와 교회가 의미 있게 성장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