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종교를 통해서도 구원이 가능하다는 다원주의자들과 내가 믿는 종교를 통해서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신앙인들 중 종교간 대화가 더 수월한 쪽은 어디일까? 흔히 ‘종교간 대화’를 시도할 때는 ‘구원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유일성과 보편성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거나 적어도 일단 접어둬야(판단중지) 한다고 생각해 왔고, 이는 종교간 대화에 나서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온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종교간 대화와 토착화 신앙의 문제를 아시아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카톨릭 신학자 피터 C. 판(Peter C. Phan) 신부는 이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가 보편적이고 유일한 구세주라는 주장’을 갖고도 얼마든지 종교간 대화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1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우리신학연구소 부설 아시아신학연대센터 주최로 열린 ‘지금 여기, 구원은 어떻게’ 열린토론회에는 판 신부 외에도 정양모 신부(천주교), 이현주 목사(개신교), 도법 스님(불교) 등이 함께 나와 각자의 입장에서 토론을 펼쳤다.

판 신부는 “자기 종교 창시자가 유일하고 보편적인 구원자라는 확신을 담은 핵심교리를 믿는 사람들과 선교활동으로 다른 사람을 자기 종교로 개종시키는 것을 기본 의무로 믿는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그는 ‘구원자 예수’의 유일성·보편성을 말하는 것이지 조직과 교리, 전례가 가미된 ‘그리스도교’라는 종교가 유일하고 보편적인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이를 구별하지 못할 때 오히려 종교간 대화는 단절되고, 많은 고통과 억압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판 신부는 각자 자신의 종교 창시자를 ‘유일한’ 구원자로 확신하는 그리스도인들과 불교도들이 대화하는 것을 예로 들며 논지를 전개했다.

이들은 대화를 통해 서로 “아마도 유일성과 보편성의 주장이 신앙의 주장이라는 것, 그것을 입증하는 입증하는 각자의 기준이 있는 것처럼 그 창시자가 낳은 사회적 제도에 대한 유일성과 보편성 주장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 불교론과 그리스도론의 발전 사이에 동족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판 신부는 밝혔다. 이러한 대화에 대해 그는 다른 종교 전통을 이해하면서 필요하다면 자신의 종교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것을 바로잡는 ‘신학적 교류로서의 대화’로 규정했다.

종교인들간의 이러한 신학적 교류는 결국 매일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삶의 대화’, 정의와 평화, 사회발전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행동의 대화’, 각자 자기 종교 전통에 근거해 공동 기도와 경배, 고행 등의 영적 풍요로움을 나누는 ‘종교 경험의 대화’ 등 더 깊은 차원의 진정한 종교간 대화가 실현되게 할 것이라고 판 신부는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후 토론에서는 다원주의적인 발언이 주를 이뤘다. 정양모 신부는 “신약성서로 돌아가면 지난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예수를 신격화한 것과 달리 예수를 보는 관점이 아주 다양해진다”는 말로 예수를 보는 관점에 따라 종교간 대화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도법 스님은 “종교이기 때문에 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종교를 가장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가르침으로 이해한다면 종교간 벽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현주 목사는 “나의 스승인 예수는 자신을 사람의 아들이라고 했고, 내가 목사가 된 것도 사람의 아들이 되기 위해서”라며 “천주교인이나 불교도 모두 사람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목사는 “각자 자기 종교의 창시자들의 가르침에 충실하면 종교간 대화는 절로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피터 C. 판 신부는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카톨릭신학회장을 역임했으며, 아시아주교회의연합에서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현재 미국 조지타운대 신학부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2004년 ‘종교간 조화로운 종교인’이라는 저서로 카톨릭계에서 교리논쟁을 일으키기도 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