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생명교회 문명길 목사가 성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16일 소식을 전해왔다. 문 목사는 지난 편지에 이어 희망적이고 기쁜 소식을 전해왔는데, 4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주사만 맞으면 되는 5, 6차 항암치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문 목사는 “목소리도 많이 좋아졌고, 건강도 제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우선 10월 6일 비행기 표를 예약해 놓았습니다. 어쨌던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최적의 타이밍이 언제인가를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며, 구체적인 귀국 일정을 밝혔다.

다음은 문명길 목사의 편지 전문.
-잠실에서 제10신-

예수님의 삶을 보면 빠름과 느림이 조화를 이루는 시간의 양면성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짧은 시간에 유대 곳곳을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숨 가쁘게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하신 예수님. 그러나 동시에, 그분은 우물가의 할 보잘 것 없는 이방 여인의 영혼을 위해 하루 종일을 보내실 수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곧 다시 돌아오셔서 세상을 심판하시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2천 년이 넘는 지금까지 기다리고 계시는 것만 봐도 그분의 인내가 얼마나 대단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언제까지나 기다리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내는 하시지만, 그분의 때가 되면 예수님께서는 일분일초의 지체도 없이 움직이실 것입니다.

고산 등반에 조예가 깊은 분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6천 미터가 넘는 거대한 산을 등반할 때, 전문 산악인의 말을 들으면 밤 12시나 1시쯤 되어 출발 한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갈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이면 인간의 몸 상태는 최악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하나님의 리듬을 거스르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고산 등반에서는 최적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밤에는 눈이 단단히 얼어 있어서 눈사태가 날 위험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섞이면서 눈사태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몸 상태는 최악인 밤에 출발하는 것이 정상을 정복하는 최적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병실에서, 또 집에서 갇혀 있는 것 같은 생활을 하면서 제가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할 시간에 대해서, 내가 언제 미국 교회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예수님처럼 나도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살지 않아야 하지만 동시에 멍하니 흐느적거리며 손을 놓고 앉아 있지도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건강치 못한 이 순간도 분명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밀도 있게 살아가는 동시에 하나님이 예기치 않게 인도하실 때는 민첩하게 반응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나는 앞뒤 돌아보지 않고 사역에 몰두하였지만, 그러나 하나님께서 이제는 좀 더 큰 목적이 있어서 병상 생활을 통해서 나의 사역을 되돌아보게 하시고, 새로운 비전과 계획을 세우게 하시고, 또한 한편으로는 저를 다루시고 다듬고 계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고 있으되, 반드시 직선으로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도 역시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향은 분명해도 가는 움직임은 유연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 네 번째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 이제 척추에 항암제를 투여하는 것은 끝이 났습니다. 앞으로 남은 두 번의 항암 치료는 주사만 맞으면 됩니다. 그래서 중간에 의사를 만날 필요는 없고, 3주 후 9월 9일 제5차 항암치료를 받도록 스케줄이 잡혔습니다. 이제는 목소리도 많이 좋아졌고, 건강도 제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 항암 치료를 9월 30일쯤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 건강상태에 따라서 일주일 정도는 앞당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선 10월 6일 비행기 표를 예약해 놓았습니다. 어쨌던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최적의 타이밍이 언제인가를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화요일 다시 양산으로 내려가서 계속해서 거기에 머룰 예정입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 그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별히 김동웅 집사님을 비롯해서 초원지기님들, 목자님들, 여러 부장님들, 목원들을 돌보면서, 그리고 맡은 부서를 책임지고 감당하면서 교회를 지키느라고 수고하시는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하루 빨리 여러분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역사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과 기적과 은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담임 목사가 부재중인 넉 달 동안에도 교회가 아무런 동요 없이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는 놀라운 기적을 이루신 여러 성도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실에서 문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