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대학생 목회를 하면서 샤르트르의 '제도적 지식인' 과 '기능적 지식인' 은 참 지성인이라 할 수 없고 '비판적 지식인' 과 '창조적 지식인' 만이 진정한 지성인이라는 말을 많이 인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창조적 지식인' 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많이 생각합니다. '비판적 지식인' 도 파괴적 비판과 건설적 비판으로 구별되어 진정한 지성인은 건설적인 비판의 능력이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성인' 이라는 것도 인문과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자연과학 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고 자기들 스스로 높이는 말장난이기 쉽습니다. 말 없이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제도적 지식인' 이니 '기능적 지식인' 이라 구별해서 이들을 참 지성인이 아니라 말하는 것은 교만입니다.

교회에서도 보면 말없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생각이 없고 말을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에게 주어지는 헌신의 과제를 귀하게 여기고 성실하게 사는 모습입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입으로 말을 하면 세상이 그리 되는 듯 착각하기도 합니다. 생각을 내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누구인가 땀 흘려 수고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교회에 보면 여러 종류의 푼수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를 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거룩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목사들이 으뜸일 것입니다. 나는 내가 이런 푼수라는 것을 목사가 되고 한참 늦게 깨달았습니다. 새벽기도 열심히 나오니까 자기는 다른 사람들보다 영성이 깊고 높은 영적인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성경지식이 많다고 하나님을 더 잘 안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교회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을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신앙의 열매, 내용(content, 콘텐츠)은 없으면서 교회 제도적인 신분과 위치(position)를 가지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게 알기 때문에 자기가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변화의 몸부림이 없어서 영원한 푼수로 존재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푼수' 가 되면 예수 믿는 감동과 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스스로 의롭다고 하나님 앞에서 폼 잡는 바리새인이 아니라 죄의 두려움 때문에 아파하는 세리의 기도를 의롭다 하셨습니다.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셨고 삶의 내용이 달라진 삭개오를 쓰셨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당신이 성경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경이 당신의 마음을 얼마나 읽었는지 더 중요하다." 는 말을 했습니다. 성경말씀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경말씀으로 삶이 변화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교회가 좀 커지다 보니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자기를 세우려는 현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푼수' 의 부끄러움을 모르고 오히려 잘못된 열심을 내기도 합니다.

반면 하지 않는 듯 하면서 큰 일을 하고, 없는 듯 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입을 열지 않고도 삶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그분들의 기도 때문에 하나님의 마음이 움직이고 우리 교회가 이렇게 건강한 부흥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고 있는 분들입니다. 말씀을 사는 사람들, 예수님 마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자기 뜻을 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때와 뜻을 헤아리는 깊은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겸손과 온유함이 있고 은혜의 감동과 감격의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는 분들입니다.

우리교회가 필요한 사람은 한 어린이를 사랑하기 위해 아파할 줄 아는 선생님들입니다. 다른 사람의 편리를 위해 불편하게 살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문이 열려있으면 닫는 사람이 필요하고 불이 켜 있으면 끄는 사람이 필요하며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줍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모르는 사람을 보면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이 필요하고, 주차장도 좋은 자리를 양보하고 예배시간에 다른 사람의 편리를 위해 불편한 자리에 앉을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말을 한마디 해도 격려의 말 은혜의 말을 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부족해도 서로 감사하고 모자라도 서로 기뻐하는 넉넉한 마음의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껍데기를 자랑하는 푼수의 문화를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세상 자랑의 헛된 지성의 착각에서 예수님 사랑과 은혜를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계속 열심히 예수님이 중심이 되는 교회를 세워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