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의 지지를 결집시키기 위한 노력에 ‘드디어’ 나섰다.

이는 라이벌인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역대 대선에서 공화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온 복음주의권을 겨냥한 선거운동을 최근 맹렬한 기세로 펼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 전문가들은 매케인이 오는 11월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복음주의권의 강력한 지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해 왔다.

매케인 후보는 지난 주일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신앙적 조언자 역할을 해 왔던 빌리 그래함 목사와 그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를 방문해 면담했다. 이달 중순 30여 명의 다른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함께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화 요청에 응했던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매케인 후보와도 만날 의지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면담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그래함 목사 가족의 별장에서 45분 가량 이어졌다. 매케인 후보는 “우리가 나눈 대화는 매우 훌륭했다. 나는 그들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진 데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다.

빌리 그래함 목사와 매케인 후보의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지인이었으나, 빌리 그래함 목사와 매케인 후보가 따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빌리 그래함 목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컨디션이 양호하지 않았지만 매케인 후보와의 면담에 무리 없이 응했다. 빌리 그래함 목사는 면담 중 매케인 후보의 국가에 대한 오랜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면담 후 “그의 개인적 신앙과, 오늘날 미국이 대면하고 있는 중요한 도덕적 이슈들에 대한 입장의 명확성에 대해서 감동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 모두는 매케인 후보와 그의 가족들의 위해 그리고 다가오는 대선에서 이뤄질 하나님의 뜻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로 누구도 지지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그는 그러나 “미국의 모든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가치관과 확신을 가장 잘 대변할 후보를 위해 투표함으로써 정치에 참여하길 원하고, 성경의 가르침대로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매케인 후보는 지난 주에는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이 지역 보수 기독교 지도자들을 만나 정치적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사회가치관을위한시민들(Citizens for Community Values) 필 버레스 회장은 매케인 후보가 더 많은 보수 기독교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주요한 사회 이슈들에 대해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하이오기독교연맹(Ohio Christian Alliance) 크리스 롱(Long) 회장 역시 낙태, 결혼 등에 대한 매케인 후보의 입장이 복음주의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며 “그는 이러한 이슈들에 대해 복음주의자들과 같은 입장이라는 것을 더 명확히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롱 회장은 또 매케인 후보가 보수적인 부통령 후보를 지목함으로써 기독교층의 지지를 두텁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조금 앞서 매케인 후보는 25일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의 근거로 작용한 캘리포니아 결혼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성명을 이 지역 보수 단체 프로텍트메리지(Protect Marriage)에 보냈다.

이 성명에서 매케인 후보는 “나는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에 이뤄지는 제도로 지키기 위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달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을 때 매케인 후보는 보수 단체들로부터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압력을 받았다. 당시 대변인을 통해 캘리포니아 결혼 헌법 개정에 대한 지지를 밝혔던 매케인 후보는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을 통해 명확히 개정에 대한 찬성을 표시했다.

매케인 후보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국 기독교와 정치 전문가들은 “복음주의 사회가 매케인 후보에게서 보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것”이라며 그가 “바른 방향으로 의미있는 진전을 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