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어느 날 밤, 타주에 사는 S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 Pastor Lee, finally I have overcome!" 이사야 6장을 4 시간 묵상하며, 드디어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던 문제로부터 자유하게 되었노라는 밝은 그녀의 음성을 들으며, 저는 감사의 기도를 올려드렸습니다.

S 는 극심한 상처 가운데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아버지가 외도를 하여, 다른 여인을 집에 들여와, 안방을 차지하게 하고, 본부인을 식모처럼 부리며 사는 기이한 삶이었습니다. 새로 들어온 여인은 본 부인의 아이들에게 심한 학대와 구박을 일삼았고, 아버지는 새 여인의 고자질을 믿으며 자식들을 폭언과 구타로 abuse 하는 현대판 콩쥐 팥쥐 가정에서 S 는 성장기를 보내었습니다. 결국 S의 오빠는 정신이상 증세를 일으켜 오랫동안 정신 병원에 갇혀 있다가 비참하게 병원에서 죽었습니다. 그 죽음이후 얼마 안 되어서, 함께 살았던 아버지의 동생, S가 평소 따르던 삼촌이 큰 형과 그의 새 여인의 구박과 학대를 못 이겨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비극적 죽음, 아버지에 대한 견딜 수 없는 증오와 분노, 남자 친구와의 결별등이 가져다주는 정신적 압박을 못 이기고, S도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자살 미수로 끝났고, S의 두 눈은 그 사고로 실명되었습니다. 얼마 안가 아버지와 엄마는 정식으로 이혼을 하게 되어서 엄마는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았고, 아버지와 새 여인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자식들을 초청하게 되어 S도 미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 후 아버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S 를 긍휼히 여기신 하나님은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어 그녀를 구원하여 주셨고, S는 주님의 은혜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여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도 하고, 훌륭한 아들도 가지게 되었고 그녀의 생활은 표면적으로 안정되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고 뜻밖의 사연을 고백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을 애써 잊으려 하며 지금까지 지내왔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미움으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어렸을 때 모든 잔인한 순간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나를 미치게 만듭니다. 내가 왜 그때 아버지와 그의 악한 정부를 죽이지 못했는지, 그 짐승만도 못한 악한 인간들을 왜 내 손으로 죽이지 못했는지... 그것이 후회스러워 나는 밤마다 잠을 못 이루며 아무 일도 못하고 있어요. 나를 좀 도와주세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 녀에게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아버지나 그의 새 여인에 대한 대화를 애써 피하며 살아왔지만, 그녀의 미움과 분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디엔가 감추어져 있다가 의식 세계로 떠오른 것입니다. S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께서는 그녀가 자신의 깊은 내면의 상처들을 직면하며 처리하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그 후에도 S는 몇 번인가 전화하며, 때로는 심하게 흐느끼며 호소하곤 했습니다. " 나를 도와줘요. 이 미움과 이 분노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려줘요. 어떻게 아버지가 우리 엄마한테 그렇게 할 수가 있었어요? 어떻게 아버지가 오빠와 삼촌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게 내버릴 수가 있었어요? " 그녀는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고, 저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지난 주, 그녀의 승리에 찬 음성을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사야 6장을 묵상하며,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둔하게 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고 보아도 알지 못하게 내버려두셨듯이, 하나님께서 자기 집의 불행을 허락하시사 결국 엄마와 자신과 동생들이 구원받도록 인도하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녀는 모든 역경을 통하여 구원의 선물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버지와 새엄마를 마음으로 용서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녀는 울먹이며 말합니다. " 이제, 나는 자유해요!" 이렇게 하여 S는 어린 시절의 상처들을 아프게 직면하였고, 결과적으로 주님의 은혜가운데 용서와 치유와 회복의 삶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16일은 33명을 비명에 숨지게 한 조 승희 사건 1 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한인 교포 2세 청년이 자신의 내적인 상처를 직면하지 못하여 생긴 불행한 사고였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숨은 상처를 직면하며 치유하는 삶을 프랙티스 (Practice)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