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형제교회 다운타운 캠퍼스 김지은 자매
시애틀형제교회 다운타운 캠퍼스 김지은 자매

저는 젊은 시절 하나님을 영접하신 부모님 덕분에 모태신앙으로, 제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교회 안에서 자랐습니다. 매주 주일 예배를 드리고, 헌금을 드리고, 기도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기보다는 늘 제 삶 속에 너무나도 당연한 일처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교회 안에서 자라오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믿어왔지만,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제 삶을 어디로 이끌어 가실지, 또 저를 향한 주님의 부르심은 무엇일지에 대해 늘 생각하며 기도해 왔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제 삶에는 주님의 인도가 아니었다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던 중 불과 일주일 만에 갑작스럽게 홀로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된 일부터, 대학교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진로를 바꾸고 처음 지원한 치과대학에 입학하게 된 일까지, 제 계획대로 이루어진 것보다 오히려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길을 하나님께서 열어 주시고 인도해 주신 순간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늘 주님의 은혜로 받은 것들을 언젠가는 주님의 나라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교'는 여전히 저와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선교사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치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제가 직접 선교지에 가게 될 것이라고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 수련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시 한번 저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고 기도한 끝에 수련회가 끝난 직후 선교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번 선교는 시작부터 끝까지 기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하나님께서 계속해서 보여 주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목적지는 네팔이었지만 여러 상황을 통해 인도네시아 쿠팡으로 목적지가 바뀌었고, 저희가 도착하기 불과 며칠 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화산이 폭발하여 선교사님들이 자카르타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선교지에 도착한 후에도 마지막 치과 사역 날에는 많은 팀원이 일정에 참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세웠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계속되면서, 이 선교가 우리의 힘이나 계획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치과 사역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고, 창립 예배 또한 성도님들로 가득 찬 예배당에서 뜨겁게 드릴 수 있었습니다.

선교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완벽한 상황이나 능력이 아니라 각자에게 주어진 것을 통해 일하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치과 사역을 하면서 환자 한 분 한 분을 단순히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 그분의 치유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진료하게 되었습니다.

시애틀 형제교회 다운타운 캠퍼스 인도네시아 쿠팡 의료(치과) 선교 현장
시애틀 형제교회 다운타운 캠퍼스 인도네시아 쿠팡 의료(치과) 선교 현장

저는 특히 창립 예배에서 만난 한 성도님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분께서는 그동안 불편했던 치아 때문에 식사하기가 힘드셨는데, 저희 팀의 진료를 통해 이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고, 예배가 끝난 후에는 저를 꼭 안아 주셨습니다. 제가 그분의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마음의 온도만큼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게는 익숙하고 어쩌면 크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불편함을 덜어 주는 소중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동안 막연하게 기도해 왔던 '하나님께 받은 것을 어떻게 다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이번 선교를 통해 가장 크게 마음에 남은 것은, 제가 멀게만 느꼈던 선교의 자리에도 저와 같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주님의 백성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말도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도 달랐지만, 함께 예배하고 서로를 섬기면서 선교가 더 이상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하나님께서 저를 어디로 부르실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 생각과 계획을 넘어선 길에서도 먼저 길을 열어 주시고 인도해 주셨던 하나님을 기억하며, 이제는 그 부르심 앞에서 주저하기보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기꺼이 순종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1시애틀 형제교회 다운타운 캠퍼스 인도네시아 쿠팡 의료(치과) 선교에서 진료하는 김지은 자매
시애틀 형제교회 다운타운 캠퍼스 인도네시아 쿠팡 의료(치과) 선교에서 진료하는 김지은 자매(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