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문을 열면 선선한 공기가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옷깃을 여미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쥡니다. 시애틀의 가을은 그렇게 바람으로, 짧아지는 햇살로 찾아옵니다.
계절의 문턱에 서면 저도 걸음을 늦추고, 성도님들의 얼굴과 함께 지나온 시간을 떠올립니다. 누군가는 기도의 응답을 기다리고, 누군가는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마음을 살필 겨를도 없었을 것입니다.
밝은 얼굴로 예배에 나오지만 남몰래 눈물을 삼킨 분도 계실 것입니다. 서로의 사정을 다 알지는 못해도 하나님께서는 그 하루하루를 아십니다. 가을바람에 옷깃을 여미듯, 지친 마음을 주님의 사랑으로 감싸 드리고 싶습니다.
가을이면 열매를 생각합니다. '올해 나는 무엇을 이루었을까' 하는 질문에 마음이 작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믿음의 열매는 눈에 잘 띄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서운해도 먼저 건넨 인사, 염려하는 밤에 드린 기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준 시간이 그렇습니다. 주님을 의지하며 살아 낸 평범한 하루에도 은혜의 열매는 맺힙니다.
물들어 가는 나뭇잎에서는 기다림을 배웁니다. 같은 길의 나무들도 저마다 다른 속도로 가을을 맞습니다.
우리도 누군가는 열매를 거두고, 누군가는 아직 뿌리를 내리는 시간을 견딥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조급해지기보다, 지금 내 삶을 돌보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면 좋겠습니다.
더딘 걸음에도 주님은 함께하십니다. 저 역시 해야 할 일을 살피느라 한 사람의 마음 곁에 오래 머물지 못했던 순간을 돌아봅니다.
이번 가을에는 천천히 듣고, 더 자주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성도님들도 마음에 떠오르는 한 분에게 연락해 보시면 어떨까요. "잘 지내세요?"라는 짧은 말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견디게 하는 온기가 됩니다.
곧 비 내리는 날이 잦아지고 창가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질 것입니다. 말씀 한 구절을 천천히 읽고, 지나온 날의 감사 하나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다 해결되지 않은 삶에도 은혜가 있고, 앞으로의 길에도 주님의 손길이 함께합니다.
이 가을, 가정마다 따뜻한 대화가 깊어지고 지친 마음에 하늘의 위로가 스며들기를 바랍니다.주님 안에서 평안히 익어 가는 계절이 되기를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