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언 15장을 읽다가
오늘은 유난히 ‘혀’라는 단어에 오래 머문다.
잠언은 말을 섬세하게 구별한다.
유순한 대답과 과격한 말.
그런데 4절에 이르면
말이 아니라 혀를 말한다.
온순한 혀와 패역한 혀.
혀에게도 온순함이 필요하다니.
말투를 부드럽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혀 자체가 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혀는 참 정직하다.
무엇이 닿는지 금세 알아채고,
마음에 화가 차면 말보다 먼저 반응한다.
참으려 해도 어느 순간 입 밖으로 뱉어내며
감추고 싶은 마음까지 드러낸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햄릿은 배우에게 말한다.
“trippingly on the tongue.”
말을 혀 위에서 가볍고 자연스럽게 굴리라고.
격정 속에서도 절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혀에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들린다.
러디어드 키플링은
말을 인간이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약물”이라고 했다.
말은 사라지는 소리가 아니다.
사람 안으로 들어가 무엇인가를 만든다.
잠언의 표현은 더 선명하다.
온순한 혀는 생명나무다.
패역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한다.
혀가 나무가 된다.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고,
관계를 자라게 하고,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평생 쌓은 신뢰도
한순간의 센 말에 흔들릴 수 있다.
애써 가꾼 관계도
혀가 내뱉은 한마디에 상처를 입는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의 나무를 열심히 가꾸면서
혀 하나로 그 가지를 스스로 꺾어버리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잠언은
혀의 문제 한가운데 하나님의 눈을 놓는다.
“여호와의 눈은 어디서든지
악인과 선인을 감찰하시느니라.”
사람이 듣지 못한 말도 하나님은 보신다.
말보다 먼저 있었던 마음까지 아신다.
결국 혀를 다스린다는 것은
말투를 예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혀에게도 훈련이 필요하다.
혀 하나로 내가 가꿔온 인생의 나무가
꺾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잠언은 거창한 철학 대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혀 하나를 붙잡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보여준다.
오늘도 말을 앞에 두고 잠시 멈춘다.
유순한 대답인가.
과격한 말인가.
온순한 혀인가.
패역한 혀인가.
그리고 다시 묻는다.
나의 혀는 오늘 무엇을 만들었는가.
아니,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가.
[서정희 전도사 약력]
현직: TBD건축 디자인그룹 공동대표, 방송인, 작가
경력: 국제대학 산업디자인 초빙교수 역임
주요 저서: 『서정희의 자연주의 살림법』(1998), 『서정희의 집』(2002), 『서정희의 주님』(2008), 『쉬이즈 앳 홈』(2010), 『정희』(2017), 『혼자 사니 좋다』(2020), 『살아있길 잘했어』(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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