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 지역 원로 언론인 B국장을 만났다. 점심 식사에 이어 커피 한잔을 했다. 국장님의 언론 활동, 특히 특종을 보도하게 된 과정 등등을 흥미롭게 들었다. 대화 중에 미국 정치사를 얘기하다가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 레이건임을 알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1970년대 미국 보수재건의 아이콘이었고, 유머와 위트를 겸비한 탁월한 대중 연설가였다.
1981년 3월 30일 그는 괴한의 총격을 받아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때 레이건은 자신을 수술할 의사들에게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이었으면 좋겠군요”라고 말했고, 당시 집도의 조셉 지오다노(Joseph Giordano)는 열렬한 민주당원이었는데 미소 지으며 “대통령님, 오늘은 우리 모두 공화당원입니다.”라고 답했단다. 그의 여유와 유머 감각이 부럽다.
1984년 10월 21일, 미조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제40대 미국 대통령 선거 2차 TV 토론회였다. 73세 레이건은 재선에 도전하는 데 그는 당시 기준으로 역사상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었다. 반면 상대인 민주당 월터 먼데일(Walter Mondale) 후보는 56세로 젊음을 내세우고 있었다.
레이건은 늙은 대통령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레이건은 너무 늙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상대의 공격은 미국 사회에 설득력 있게 확산되고 있었다. 게다가 1차 토론에서 레이건은 피곤한 기색을 보였고 다소 횡설수설하였다. 레이건과 공화당에게는 ‘고령 리스크’가 심각한 현실인 듯했었다.
이런 상황에 볼티모어 선(Baltimore Sun)의 헨리 트루히트(Henry Trewhitt) 기자가 “대통령님, 당신은 이미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이십니다. 사람들은 1차 토론 이후 당신이 지쳐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 케네디 대통령은 며칠 동안 잠자지 않고 대처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런 국가적 위기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압박을 버텨낼 수 있을지 스스로 걱정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자신의 고령을 공격하는 치졸한 질문이었지만 레이건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으로 응수했다. 그는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이슈로 삼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상대 후보의 젊음과 미숙을 공격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라고 답했다.
좌중은 폭소했다. 상대 후보였던 먼데일도 폭소를 터트렸다. 참석자들은 그의 여유와 재치에 혀를 내둘렀고, 선거전문가들은 레이건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예상했단다. 상대 후보였던 먼데일이 후일에 고백하기를 레이건의 대답을 듣고 ‘아 이번 선거에서 내가 졌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연설을 가장 좋아한다. 이 연설 다음으로는 ‘마누라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외쳤던 대선 후보 노무현의 연설을 좋아한다. 레이건의 유머 감각과 따뜻한 미소가 부럽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대중들을 설득해 가는 그의 여유와 멋을 닮고 싶다. 작은 무례함과 불합리함에 흥분하는 나의 천박함을 부끄러워하며 레이건의 품격을 생각한다.
한국 정치권의 갈등이 안타깝다. 갈라지는 틈바구니에 아집, 교만 그리고 편협이 가득하다. 한국 정치의 보수 세력 내 갈등은 더욱 안타깝다. 우리 사회가 앓는 부박한(진부하고 천박한) 몸살을 느끼며 아량, 관용 그리고 품격을 갖춘 레이건 같은 원로의 부재가 아쉽다. 정치권의 언어와 행태를 보며 쓴웃음 지여야 할 때마다 고품격 레이건의 유머가 더욱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