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의 보수 성향 대법관으로 알려진 닐 고서치(Neil Gorsuch)가 "미국은 특정 종교를 위한 국가로 건국된 것이 아니"라며, 미국 건국의 핵심 원칙은 종교의 자유에 있다고 강조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최근 미국 공영방송 PBS의 시사 프로그램 '파이어링 라인'(Firing Line) 인터뷰에서 "미국이 기독교 국가(Christian nation)로 건국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 건국의 핵심은 특정 종교를 위한 국가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모두 같은 종교에서 나왔다는 주장은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다"며 "초기 펜실베이니아에 정착한 퀘이커(Quakers)와 아미시(Amish) 교도 등, 식민지 개척 초기부터 서로 다른 종교적 전통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하나의 종교나 인종을 위한 국가가 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며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을 위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었고, 그 중심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었다"고 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미국을 특정 인종이나 종교가 아닌 '신념의 국가'(creedal nation)로 정의하며, 독립선언서에 명시된 ▲모든 인간의 평등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불가침의 권리 ▲국민에 의한 자치라는 신념이 미국의 본질임을 강조했다.
고서치 대법관은 특히 수정헌법 제1조가 두 가지 원칙을 동시에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나는 정부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세우지 못하도록 하는 '국교금지조항'(Establishment Clause)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신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 조항'(Free Exercise Clause)이다.
그는 "이 두 조항은 서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작동하는 원칙"이라며 "국가는 특정 종교를 선택하거나 우대해서는 안 되지만, 동시에 국민의 종교적 신념과 실천을 최대한 폭넓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 헌법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또한 "종교의 자유는 단순히 정부가 종교를 간섭하지 않는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며 "다양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공공 영역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 미국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고서치 대법관의 발언은 미국 헌법의 종교 자유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받는 동시에, 일부 보수 기독교 진영에서는 미국 건국에 영향을 미친 기독교적 유산과 성경적 세계관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들은 미국 건국이 기독교적 세계관과 성경적 가치관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는 점을 들어, 고서치 대법관의 발언이 미국 건국사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독립선언서에 등장하는 "창조주"(Creator)와 "조물주로부터 부여받은 권리"라는 표현, 초기 식민지 사회의 기독교적 전통 등을 근거로, 미국이 역사적으로 기독교 문명의 토대 위에서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 다른 보수 법학자들과 종교 자유 옹호론자들은 고서치 대법관의 발언이 미국 헌법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미국이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국가라는 역사적 사실과, 연방정부가 특정 종교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헌법 원칙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현재 미국 각지에서는 공립교육 내 종교적 요소 도입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 등 일부 보수 성향 주에서는 공립학교 교실 내 십계명 게시나 성경 교육과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주 정부 측은 이것이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역사와 법제사의 뿌리를 가르치기 위한 교육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이는 "공립기관의 종교적 중립성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번 발언과 관련해 법학계에서는 고서치 대법관이 수정헌법 제1조의 국교 수립 금지 원칙과 다원주의를 재확인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실제 법원에 계류 중인 구체적 사건에서 대법관들이 역사적 전통과 헌법 해석 사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향후 심리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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