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연을 남긴 2026 북미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월드컵이 끝날 때 여러 월드컵에 얽힌 추억들을 생각했다. 2002년의 뜨거운 함성과 열기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분노와 좌절의 2026년 월드컵, 선명한 교훈을 남긴 98년 월드컵의 멕시코전이 남긴 처절한 아픔을 잊지 못하고 있다.

먼저 2026년 월드컵은 너무 아쉽다. 월드컵 추억을 만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월드컵에서 다시 볼 수 없는 메시나 호날두 같은 영웅들의 퇴조도 아쉽다. 탁월한 퍼포먼스를 보였던 메시나 호날두가 그리울 듯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의 퇴조를 보며 세월 무상을 느낀다.

2002년 여름 백마부대 백마교회 담임목사였다. 교회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관람하며 뜨거운 날들을 보냈다. 설교, 기도, 그리고 광고에도 월드컵이 빠질 수 없었다. 온통 월드컵이었고 온통 축구였다. 대!한!민!국!을 외치며 하나가 되었다. 그땐 진보도 보수도 없었고 종교 구별도 없었다. 2002년 월드컵의 웅장한 승리와 감동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묵직한 교훈을 얻은 월드컵은 98년 프랑스 월드컵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은 승리와 패배가 주는 의미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골던 게이트침례신학대학원에 유학중이었다. 신학교 기숙사 대형 스크린 앞에 모여 한국과 멕시코 경기를 관람했다. 30여 명의 한인들이 모였고, 뒷자리 구석에 멕시코 신학생 두 사람도 있었다.

전반전 27분경에 하석주의 왼발 프리킥으로 한골을 얻었을 때 난리가 났다. 우리 30명은 어깨동무를 하고 영차영차 외쳤고 기숙사가 떠나갈 듯 노래를 불렀다. 30여 명이 어깨동무로 스크럼을 짜고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그런데 그 기쁨과 흥분은 잠시. 3분 후 그 유명한 백태클로 하석주가 퇴장하고, 대한민국 축구팀은 결국 3:1로 역전패 당했다.

경기가 끝날 때 뒷자리 구석에 있던 멕시코 신학생 둘이 뛰고 구르고 춤추었다. 눈에 천불이 났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말도 못했다. 한인 30여 명이 멕시코인 두 사람을 어쩌지 못했다. 그들은 승자였고 우리는 패자였다. 우리들이 슬금슬금 꽁무니를 뺄 때 그들은 춤추며 승리를 만끽했다. 우리는 분했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 이것이 승리의 힘이다.

2026년 월드컵 결승에서 승리한 스페인 선수들과 신성 야민이 스페인 관중과 함께 열광하며 기쁨을 즐기는 동안 메시는 쓸쓸한 표정으로 눈물 흘렸다. 메시의 팬으로 메시가 눈물 흘리는 것이 짠하다. 아마도 이 장면을 잊기 어려울 듯하다. 이 장면은 승패의 의미를 완벽하게 설명한다.

월드컵의 교훈을 정리해 본다. 많은 교훈 중에 최후 승자의 영광과 기쁨이다. 하는 일이 힘들고 지치고 어려울 때 승리에 열광했던 장면을 떠올린다. 이럴 때 찾아보는 동영상이 2002년 월드컵 경기들이다. 이탈리아전, 포르투갈전, 그리고 스페인전은 지금 봐도 짜릿하다. 이런 장면을 보면 힘이 나고 최종승리를 위해 분투해야 할 의지가 불타오른다.

신앙인으로 인생 마지막 순간에 받을 하나님의 상을 사모한다. 우리 최고 순간이 하나님께 상 받을 날이다. 월드컵 결승을 보며 마지막 지점에서 고개 떨구지 않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펄펄 뛰는 승자가 되고 싶은 갈망(젠주흐트)을 가득 채운다.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롬8:18).”라는 말씀을 되뇐다.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대표).
(Photo : )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