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적인 기독교적 결혼관과 성윤리를 공개적으로 옹호해 온 핀란드의 정치인 페이비 래새넨(Päivi Räsänen)이 영국 입국을 위한 전자여행허가(ETA)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가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관련된 '혐오 발언' 유죄 판결 이후 나타난 또 다른 파장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핀란드 전 내무부 장관인 래새넨은 최근 자신의 ETA 신청이 처음에는 승인됐지만 이후 별다른 설명 없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ETA는 비자가 필요 없는 국가 국민이 영국에 입국하거나 영국 공항에서 환승할 때 필요한 사전 여행 허가 제도다. 보안구역을 벗어나 터미널을 이동하거나 수하물을 찾아 다시 탑승하는 경우에도 ETA가 요구된다.
래새넨은 ETA 취소로 인해 다음 달 예정된 북아일랜드 방문 일정이 불투명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8월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한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영국 의회를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여행이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이미 그의 해외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지난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귀국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런던 히드로공항 경유를 취소하고, 영국 입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미국 댈러스를 경유하는 항공편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번 ETA 취소는 핀란드 대법원이 올해 래새넨에게 '혐오 발언'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지 수개월 만에 이뤄졌다.
래새넨은 2004년 발간한 소책자에서 결혼과 성에 관한 성경적 견해를 밝힌 내용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특정 집단을 모욕하는 내용을 작성해 공개한 혐의'도 인정됐다.
그녀는 이번 조치에 대해 "대법원의 근소한 차이로 내려진 판결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았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여행과 국제회의 참석에도 제약과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이번 결정이 평화적인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행사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확실성과 혼란,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라며 "어디까지가 합법적인 표현이고 어디서부터 금지되는 표현인지에 대한 경계도 더욱 모호해졌다"고 지적했다.
래새넨만 이러한 조치를 받은 것은 아니다. 같은 사건으로 함께 유죄 판결을 받은 핀란드 루터교회 소속 유하나 포욜라(Juhana Pohjola) 주교 역시 영국 ETA를 거부당했다.
포욜라 주교는 지난 6월 16일 받은 통지서에 "지난 12개월 이내 영국 또는 해외에서 형사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이유가 명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통지서에는 해당 결정에 대해 항소할 수 없으며, 비자를 별도로 발급받지 않는 한 영국에 입국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포욜라 주교는 "이 결정에 놀랐다. '혐오 발언' 유죄 판결이 핀란드를 넘어 훨씬 더 광범위한 실제적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내가 교단의 주교이자 국제루터교협의회 의장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실질적인 어려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여러 나라가 나를 입국을 제한해야 할 범죄자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래새넨과 함께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행사에 참석했던 기독교 작가 로드 드레허(Rod Dreher)는 영국 정부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드레허는 "유럽 각국의 진보적 관료주의 체계는 기독교인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들을 사회의 적으로 규정하는 데 더 열중하고 있다"며 "이런 일은 앞으로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오늘은 핀란드의 루터교 신자인 국회의원이자 할머니에게 일어난 일이지만, 내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