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6일 인도 뉴델리의 대표적인 시위 장소인 잔타르 만타르에 수백 명의 청년들이 모였다. 인도 국기를 흔들고 교과서를 손에 든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는 바퀴벌레 가면을 썼다. 이들은 인도 대법원장의 '바퀴벌레 같은 젊은이들' 발언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번 시위는 불과 3주 전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된 '바퀴벌레 잔타당'(Cockroach Janta Party·CJP)이 주도했다. 많은 정치 평론가들은 이를 인도 최초의 본격적인 Z세대 정치 봉기로 평가하고 있다.
시위대는 "다르멘드라 프라단(Dharmendra Pradhan)은 사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연방 교육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의과대학 입학시험 문제 유출과 졸업시험 평가 시스템 혼란 등 교육 행정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CJP는 지난 5월 수리야 칸트(Surya Kant) 인도 대법원장이 법정에서 일부 청년들을 "바퀴벌레 같다"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칸트 대법원장은 이후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청년층의 분노는 확산된 뒤였다.
마하라슈트라 출신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아비지트 딥케(Abhijeet Dipke)는 해당 발언 직후 온라인에서 "모든 바퀴벌레가 함께 모인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수천 명이 호응했다. 그는 곧바로 CJP를 창당했고, 며칠 만에 35만 명 이상이 가입했다.
CJP는 인도 집권당인 BJP(인도인민당)를 풍자한 명칭이다. 딥케는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바퀴벌레 마스코트와 함께 '게으르고 실직한 사람들의 목소리'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가입 조건 역시 '실업 상태', '만성적 온라인 이용자', '전문적으로 불평할 수 있는 사람' 등으로 풍자적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된 배경에는 단순한 풍자를 넘어 청년 세대의 깊은 좌절감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는 매년 800만 명 이상의 대학 졸업생을 배출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29%에 달한다.
특히 올해 국가 의대 입학시험(NEET) 문제 유출 사건과 졸업시험 온라인 채점 시스템 혼란은 청년들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일부 학생들은 시험 결과 오류를 직접 밝혀냈고, 시스템 보안 결함까지 폭로했다.
CJP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개설 5일 만에 1천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했으며, 현재는 2,200만 명을 넘어 BJP와 야당인 인도국민회의보다 많다.
운동이 확산되자 정부는 일부 계정을 차단하고 국가 안보 우려를 제기했으나, 새로운 계정들이 잇따라 개설되면서 지지층은 더욱 확대됐다.
시위 현장에서 딥케는 "우리는 더 이상 두려움의 정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종교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세대가 권력에 대한 비판 의식을 갖고 사회적 이슈에 적극 참여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종교와 표현의 자유, 소수자 권리 논의 확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