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한반도 안보의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대북특사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대가로 위성·핵·탄도미사일 관련 기술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한국이 이를 단순한 외교적 밀착이 아니라 군사기술 협력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한국학회(International Council on Korean Studies, ICKS)는 4월 30일 워싱턴 D.C. 허드슨연구소에서 허드슨연구소,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공동으로 ‘2026년 한미동맹의 도전’을 주제로 연례회의를 열었다. 이날 오찬 기조연설은 ‘한반도 문제와 한미동맹’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그렉 스칼라튜 ICKS·HRNK 회장이 사회를 맡았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과 포탄, 탄도미사일 등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김정은과 북한은 그 대가로 무엇인가를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것이 위성 지원이든, 핵 관련 지원이든, 탄도미사일 관련 지원이든 북러 관계는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뿐 아니라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글로벌 사우스와의 접촉을 통해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고 봤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우크라이나, 이란, 대만해협, 남중국해 등 여러 사안에 분산돼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는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결의”라며 “미국이 누구이며 무엇을 대표하는가 하는 가치 자체가 여전히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제재와 협상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이 제재 완화를 요구했던 점을 들어, 국제 제재가 북한에 실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모든 도구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수”라며 “제재뿐 아니라 관계 정상화, 경제개발 지원, 직접투자 등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핵능력 확대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영변 핵시설이 플루토늄 시설만이 아니라 우라늄 농축 시설과 실험용 경수로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핵 거점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이 현재 5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향후 90~100개 수준까지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러면서도 디트라니 전 특사는 대화와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서 문제를 다룰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며 미국에는 북한의 핵 활동을 파악하고 검증할 수 있는 외교·정보 역량이 있다고 밝혔다. 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표현을 인용해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원칙을 언급하며 “우리는 검증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사회자인 그렉 스칼라튜 회장은 북한과의 신뢰 구축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디트라니 전 특사는 자신이 북한 외무성, 조선인민군, 국가보위성 관계자들과 장기간 협상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개인 간 신뢰는 구축할 수 있지만 한두 번의 만남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몇 년이 걸리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반복적으로 ‘적대정책’을 주장해 온 배경에 대해서도, 북한이 미국의 정권교체 때마다 정책이 바뀐다는 점을 문제 삼아 왔다고 설명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대가로 미국의 안전보장을 믿을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북한이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통일 담론에서 멀어지는 상황에서는 신뢰 구축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제한적 기대를 나타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과거 6자회담 당시 중국이 일정한 외교적 역할을 했지만,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처럼 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과 일본의 핵 논의 가능성은 중국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이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북한을 협상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가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까지 포함했다면 북한이 이를 지켰을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이 애초에 그런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백업이자 보장 수단"으로 보고 있었다며 "1994년에 고농축우라늄을 합의에 넣으려 했어도 북한은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문구에 포함됐더라도 북한은 우회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그럼에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5년, 10년, 20년 뒤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며 "새 지도부가 등장하거나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핵을 포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든 창 개스톤연구소 연구원은 북중러 삼각관계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북한의 러시아 지원을 중국이 우려했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중국이 직접 러시아를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보고 반겼을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중러 3국이 현재 협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적 긴장과 상호 불신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속국처럼 취급받는다고 느껴 온 역사가 있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도 전략적 경쟁과 불신의 기억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중러 3국이 계속 한 몸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며 “그들 사이의 긴장은 주목해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지금은 북한이 참여할 유인이 크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을 공개적으로 두둔하는 위치에 서 있다고 봤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결국 핵심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라며 “최소한 더 많은 핵무기 생산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키고, 북한을 일정한 틀 안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군비통제 협상론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한 참석자가 북한 비핵화가 가까운 시일 안에 어렵기 때문에 워싱턴이 북한과 군비통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묻자, 그는 그런 접근이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북한은 그런 협상을 매우 좋아할 것”이라며 “북한과 군비통제 협상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고, 그것은 재앙적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