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편을 읽다 보면 낯선 단어 하나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셀라”. 우리말로 번역되지도 않고, 그냥 히브리어 그대로 남아 있는 이 단어는 오랫동안 성도들의 궁금증을 자극해 왔다. 학자들은 “잠시 멈추라”는 ‘쉼표, 정지’의 표시나 ‘소리를 높이다, 들어 올리다’라는 어원을 따라 “악기를 높여 연주하라, 더 크게 노래하라”는 음악적 기호로 이해한다. 또한 회중에게 “방금 선포된 말씀을 깊이 새기라, 마음에 올려 두라”는 예배용 지시라고 말한다. 성경 안에서 셀라는 분명히 말씀과 예배 사이에 놓인 ‘거룩한 쉼표’이다. 셀라는 우리 신앙생활의 전 과정을 갱신시키는 7가지 실천적 비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셀라는 멈춤표 – 바쁜 영혼을 세우는 거룩한 브레이크
시편은 종종 셀라로 한 연을 마무리한다. 마치 하나님께서 “여기서 한 번 멈추어라” 하시는 것 같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셀라)”(시 46:10-11)
의도적으로 멈추는 시간이 곧 셀라이다. 생각을 멈추고, 걱정을 멈추고, 자기 계획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 그때 우리의 영혼은 숨을 쉰다. 셀라의 첫 번째 비밀은, “하나님 앞에서 멈출 줄 아는 사람”이 영적으로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2. 셀라는 강조표 – 하나님이 밑줄 치시는 대목
시편 3편을 보면, 다윗이 위기 속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구원은 여호와께 있사오니 주의 복을 주의 백성에게 내리소서 (셀라)”(시 3:8)
여기서 셀라는 마치 하나님이 붉은 펜으로 밑줄을 긋듯, 우리에게 “이 구절을 잊지 말라”고 강조하는 표지 같다. 성경을 읽을 때, 인생을 돌아볼 때, 하나님께서 “이건 꼭 기억해라.”, “여기가 너의 인생 문장이다.”, “여기에 네 신앙의 방향을 걸어라.” 라고 셀라를 붙이시는 자리가 있다. “주권은 하나님께 있다, 구원은 주께 있다”는 고백을 굵게 새겨 넣는 것, 그것이 두 번째 셀라의 비밀이다.
3. 셀라는 “솔직하자” – 가식 없는 마음을 멈춰 세우는 시간
시편은 기쁨과 감사만이 아니라, 분노, 억울함, 좌절, 심지어 하나님께 대한 항변까지도 숨김없이 쏟아 놓는다. 그리고 그런 탄식들의 중간중간에 셀라가 들어있다.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셀라)”(시 62:8)
마음을 토해내고, 그 자리에서 멈추어 서는 것, 이것이 셀라이다. 셀라는 우리에게 “지금은 솔직해야 할 시간이다. 멈추어라, 마음을 숨기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셀라는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가면을 벗는 자리’이다. 이것이 세 번째 비밀이다.
4. 셀라는 “선포하자” – 믿음으로 승리를 외치며 대적을 물리치자
셀라는 단지 한숨 돌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셀라 뒤에는 하나님의 승리를 향한 믿음의 선언과 동시에 대적을 향한 영적 전쟁의 외침이 따라온다.
“여호와여 일어나소서… 구원은 여호와께 있사오니 주의 복을 주의 백성에게 내리소서 (셀라)”(시 3:7–8)
두려움과 탄식이 가득하던 다윗의 기도가, 셀라를 지나면서 승리 선포와 대적의 패배 선언으로 바뀐다. 이 변화의 경계선이 바로 셀라이다. “셀라는 패배의 생각에 쉼표를 찍고, 믿음으로 승리를 외치며 대적을 물리치는 영적 전환점이다.” 이것이 네 번째 비밀이다.
5. 셀라는 “찬양하자” – 말씀과 음악이 만나는 지점
셀라는 시편과 하박국 3장의 예배·찬양 시 가운데 등장한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셀라를 “악기 연주가 커지는 부분, 혹은 연주만 나오는 간주 부분”으로 이해한다.
“하나님이여… 광야에서 행진하셨을 때에 (셀라)”(시 68:7)
행진하시는 하나님, 그 사이에 울려 퍼지는 악기 소리, 그리고 회중의 응답. 오늘 우리의 예배에서도 ‘찬양 셀라’가 필요하다. 설교 후에 드리는 찬양, 말씀 묵상 후 입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허밍 이 모든 순간이 셀라이다. 다섯 번째 비밀은, “말씀은 결국 찬양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셀라는 말씀과 찬양의 연결 통로이다.
6. 셀라는 “공동체 고백” – ‘나’가 아니라 ‘우리’로 부르는 노래
“만군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니 야곱의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셀라)”(시 46:7, 11)
여기에는 “나의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 우리의 피난처”라는 공동체적 고백이 있다. 신앙은 결코 나 혼자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함께 멈추고, 함께 강조하고, 함께 솔직해지고, 함께 선포하고, 함께 찬양하며, 함께 고백하는 자리에서, 교회는 교회답게 세워진다. 여섯 번째 비밀은, 셀라가 “공동체의 신앙고백을 모으는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7. 셀라는 “삶으로 예배” – 예배당을 넘어 일상으로 이어지는 쉼표
마지막으로, 셀라는 예배의 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예수님 안에서 우리는 삶 전체를 “산 제사”로 드리라는 부르심을 받았다. 분주한 회의 전에 잠시 눈을 감고 “주님, 지혜를 주소서”라고 멈추는 순간, 가족과 갈등이 올라올 때, 말 한마디 삼키며 마음속으로 “주님, 제 분노를 멈추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순간, 유혹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나는 주님의 사람이다”라고 다짐하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바로 “삶으로 드리는 셀라 예배”이다. 일곱 번째 비밀은, “셀라는 주일 예배의 기호를 넘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삶의 리듬”이라는 사실이다.
시편 기자가 셀라라고 적어 넣을 때마다, 그는 단지 음악 기호 하나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 깊이, 더 진하게 누리도록 초대하는 표지판을 세운 것이다. 우리도 시간과 생각과 감정 위에 셀라를 새겨 갈 때, 우리의 삶 전체가 “하나님 앞에서 멈추고, 듣고, 고백하고, 찬양하며, 함께 살아가는 예배”로 변해 갈 것이다.

































